[기자수첩]'통큰아파트'를 원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송충현 기자 2010.12.1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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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통큰아파트'를 원하는 이유


함께 식사를 하던 5년차 직장인 정씨가 TV를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TV에서는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통큰치킨'이 소비자에게 인기라는 뉴스가 나오는 중이었다.

"어디 '통큰치킨'처럼 가격 확 낮춘 아파트는 안 나오나. 나오기만 하면 줄을 서서라도 청약할 텐데…."



내집마련을 꿈꾸는 수요자에게 '통큰치킨' 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가격이 비싸지만 어쩔 수 없이, 혹은 그 가격이 적정한 것이라 생각하고 구매하던 치킨처럼 아파트 분양가에도 우리가 모르는 거품이 끼어 있을 수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이 퍼졌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3.3㎡당 분양가가 1000만원 넘어가면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수요자의 푸념이 쏟아졌다. 현재 서울 대부분 지역의 분양가는 3.3㎡당 2000만원에 육박한다.



부동산 상승기에는 울며겨자먹기로 대출을 끌어다 분양받아도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요즘 같은 시장 분위기에선 이마저 힘들다.

실제로 12월 들어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분양단지는 줄줄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달 초 주변 시세보다 3.3㎡당 200만원 가까이 비싸게 내놓은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는 0.045대1이라는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대전 판암동의 C아파트와 충남 A아파트의 경우 청약률이 '제로'였다.

수요자들은 어차피 미분양이 나면 할인혜택을 내놓을 거면서 애초에 높은 분양가를 제시하는 건설사가 이해가 안간다는 입장이다. 대형 부동산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1억원에서 1억8000만원까지 미분양 할인을 해주는 곳도 있던데 대체 원가가 얼마란 소리냐"는 의견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건축비용은 3.3㎡당 400만원선이지만 땅값이 비싸 분양가를 낮추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수요자들은 어차피 가격을 낮춰 판매할 거라면 보다 많은 사람이 내집마련을 할 수 있게 현실적인 가격을 원한다는 입장이다.

시장이 바뀌었다. 상품을 수동적으로 소비만 하던 수요자들이 공부하기 시작했다. 똑똑한 소비자들이 '통큰아파트'를 요구하고 나설 때 건설사들은 어떤 대답을 준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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