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포시즌스가 어디 있습니까?"

머니투데이 안홍철 코트라 인베스트코리아 단장 2010.12.15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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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으로]"포시즌스가 어디 있습니까?"


“직접 와서 본 코리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역동적이고, 현대적 서구 문화와 코리아 고유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어 매우 인상적입니다. 코리아를 사랑합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 아닌가요? 제가 일상에서 만나는 많은 외국인 투자가들로부터 흔히 듣는 얘기입니다.



미국 보스턴에서 한국 IT 제품 마케팅에 열을 올릴 때나 지금처럼 외국인 투자가유치노력을 할 때나 항상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이라는 말대로 외국인은 일단 한국에 한번 와보면 '한국에서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아시아’ 하면 인도, 태국, 싱가포르, 홍콩, 중국 등 과거 서구 열강의 지배아래 있었거나 그들과 세력 다툼을 하던 일본만 떠 오르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틈에 끼어 잘 드러나지 않았던 한국의 역사적, 지리적 조건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잘난' 한국과 남들이 생각하는 '잘 모르는' 한국에 그 만큼 괴리가 있는 것은 분명한 듯 합니다. 우리가 외국인과 벌이는 사업에서 모쪼록 그들이 한국을 더 많이 방문하도록 여러모로 정성을 들여야 하는 까닭은 이 때문입니다.

G20 정상회담, 포뮬러 원 경기 등 예전에는 꿈도 꿔보지 못할 일들이 거침없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다이내믹 코리아'입니다. 또 전통산업에서, 또 IT, 게임·영상 등 문화 컨텐츠, 로봇, 그린, 의료, 금융 등 여러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한 마디로 '다양한 코리아'입니다.

앞으로도 세계육상대회, 여수 엑스포, 인천 아시안 게임, 각종 트레이드 쇼 등 한국을 세계에 널리 알릴 국제행사가 줄지어 기다리고 있습니다.


관광객도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민 배우 배용준, 이영애 등이 이끈 1차 한류에 이어 장동건, 비,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이 만들어낸 2차 한류 열풍 때문입니다.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은 물론 미국, 유럽 관광객이 폭증했습니다.

그러나 그 수요를 메우지 못하는 호텔의 공급부족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단체 관광객의 경우 멀리 경기도에 있는 호텔에서 투숙하고 관광을 하는 형편입니다. 영암 포뮬러 원 경기 때처럼 방한 외국인들을 모텔에 투숙시키는 낯 뜨거운 상황을 재차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이 때문에 얼마 전 정부는 2012년까지 1000만 관광객 유치 및 100억 달러 관광수입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2014년까지 연간 500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호텔을 건설해 서울 1만6000개, 경기도내 1만 여의 객실을 추가해 부족한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계획입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시내 상업지역에 관광호텔을 지을 경우에는 용적률을 1000%이하에서 1200%이하로 높여주는 방향으로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일부 관광객이 이용하는 중·저가 호텔만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눈길을 끕니다. 정작 특급호텔에 대한 투자나 해외 호텔체인 유치 노력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아시아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중국,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중화권 및 인도 등 신흥국의 한국 투자는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웃 일본은 변함없는 한국 투자 1위국으로서 꾸준히 투자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국가들의 외국인 투자가들이 간혹 제게 던지는 질문은 송곳처럼 아프게 느껴집니다.

"포시즌스가 어디 있습니까? 샹그릴라 호텔은요? 만다린 오리엔탈도 없나요?"

외국인 투자가들은 그들에게 익숙한 특급호텔을 찾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태국,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은 물론 심지어 미얀마, 몽골에도 있는 6성, 7성급 특급호텔이 우리나라엔 없습니다. 제가 만난 이들 호텔 관계자들이 서울에 그들의 호텔을 짓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들 특급호텔은 투숙객의 수요 때문에 우선 필요합니다. 게다가 이들의 존재는 국가 브랜드와도 관계됩니다. 폭넓고 빠른 호텔 확보 노력이 아쉬운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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