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시장경제 지키는 도구일 뿐 명심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0.12.1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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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 '규제 전봇대' 뽑자(끝)]스마트한 규제 필요

"규제가 능사가 아니다. 철저한 시장친화적인 제도 하에서 기업들이 경영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VS "강자로부터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과도한 규제로 비춰지는 것은 규제의 순기능을 경험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이번 시리즈는 '규제 전봇대'를 뽑겠다던 이명박 정부의 건설산업 규제가 오히려 2년 전보다 70%가 늘었다는 사실(팩트)로부터 시작됐다.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규제마다 이해당사자간 상반된 논리를 수도 없이 들었다. 규제가 가져오는 순기능과 부작용을 측정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우선 '건설노무 제공자제도'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정부는 1990년대 중반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사고 등 대형 참사가 빚어지자 실질적인 하도급공사를 맡는 '오야지(우두머리란 의미의 일본어로 구멍가게식 건설업을 하는 건설업체 사장을 일컫는다)'를 제도권에 편입시킨 '시공참여자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시공참여자제도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부실시공과 다단계 하도급을 늘리는 부작용을 가져오자 지난 2008년 폐지됐다.



건설노무 제공자제도는 시공참여자제도와 같은 제도로 현재 의원입법 형태로 재입법이 추진 중이다. 다만 건설업계와 노조가 강력히 반대하면서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있고 국토해양부도 부작용을 우려해 입법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가장 논란이 컸던 주제는 '전기·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 문제다. 정부는 현재 전기공사와 정보통신공사는 민간공사나 공공공사 예외없이 의무적으로 분리발주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건설업계와 전기·정보통신공사업계는 이 제도를 놓고 극한의 대립을 벌이고 있다. 건설업계는 두 공사를 분리발주함으로써 건설생산 효율성이 떨어지고 공공기관의 행정력이 낭비된다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두 공사간 연계시공이 어려워 공사비가 상승하고 공사기간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전기공사업계와 정보통신공사업계는 중소전문기업이 하청 및 하도급구조에서 벗어나 대형건설업체와 동등한 조건으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경쟁시스템이 분리발주라며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전기·정보통신공사업계는 일본, 미국, 독일 등 외국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이 제도를 폐지하면 대기업이 수주를 독식하고 저가 하도급이 만연해 부실시공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에 대한 관련업계의 불만이 순수한 의도인지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업계는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주택관련 제도, 최저가낙찰제 확대 등 입찰관련 제도, 민간투자사업 관련 제도 등 수백개의 규제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불합리한 규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관련 제도업계가 하나라도 이익을 더 얻으려는 것으로 치부할 수 있다.

규제는 시장을 지켜주기도 하지만 기업의 파이(π)를 제한할 수도 있다. 규제가 가진 양면성 때문에 정부는 모든 이해당사자를 만족시킬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규제는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규제가 스마트(Smart)해야 하는 이유다.



"아무리 좋은 의도의 규제라도 시장경제 체제에 반한다면 그것은 악습입니다. 정부는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똑똑한(Smart) 규제를 고민해야 합니다."라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흥수 원장의 말처럼 똑똑한 규제로의 전면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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