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품질로 붙자"..토요타에 선전포고

머니투데이 최인웅 기자 2010.12.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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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차' 꼬리표 떼고 제 값 받기

 "이제는 진검승부를 벌일 때다."

 현대자동차 (272,500원 ▼4,500 -1.62%)가 미국시장에서 일본 토요타자동차와 진검승부를 벌인다. 그동안 현대차의 성공을 이끈 원동력은 '싼 가격, 좋은 품질의 차'였다. 일본차들이 점령한 미국시장에서 '가격'을 무기로 싸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YF 쏘나타'와 '신형 아반떼' 등 최근 미국시장을 공략하는 모델들은 토요타의 '캠리'와 '코롤라' 등 경쟁모델과 가격차이가 없다. 말 그대로 품질로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지난 20년간 브랜드인지도를 꾸준히 높여온 결과다.



◇제값받기의 시작 'YF 쏘나타'
 현대차의 '제값받기'(Value Pricing) 전략은 올 2월 출시한 'YF 쏘나타'가 선봉장을 맡았다. 'YF 쏘나타'의 미국 출시가격(2.4모델 기준)은 1만9000달러에서 2만6000달러 사이에 책정됐다.

 이는 1만9720달러에서 2만6250달러 사이에 팔리는 토요타 '캠리 2.5'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일부에서는 과거 '쏘나타' 모델이 '캠리'에 비해 20% 정도 저렴하던 점을 지적하며 현대차의 가격정책에 의문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1년이 다 돼가는 지금 현대차의 성적표는 '캠리'를 앞지른다. 차량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인 잔존가치(일정기간 사용 후 예상되는 차량가치) 평가에서 '쏘나타'는 '캠리'를 앞질렀다.

 미국 최대 중고차 잔존가치 평가기관인 ALG(Automotive Lease Guide)의 평가결과 'YF 쏘나타 GLS' 모델의 3년 후 잔존가치는 54%인 반면 '캠리'는 49.5%를 받는 데 그쳤다. 이는 기존 'NF 쏘나타' 41.8%에 비해 13%포인트 가까이 높고 경쟁차종인 닛산 '알티마'(51.1%)와 포드 '퓨전'(44%)마저 따돌린 결과다.  
 이에 대해 박동욱 재경사업부장(상무)은 지난달 열린 현대차의 3분기 실적발표회장에서 "미국시장에서 '쏘나타 2.4'가 토요타 '캠리 2.5'와 비슷한 가격에 책정됐지만 실제 판매금액은 '쏘나타'가 '캠리'보다 오히려 비싸다"면서 "이를 통해 판매관리비를 줄여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값받기 정책이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인 셈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2001년 당시 '쏘나타'는 1만5000달러에서 1만8300달러선에 판매된 반면 '캠리'는 1만7600달러에서 2만6200달러에 팔렸다. 10년이 지난 지금 '쏘나타' 가격은 5000~9000달러 정도 상승했지만 '캠리'는 저사양모델의 가격이 2000달러 정도 오르는데 그쳤다.


◇제값받기 마무리 투수 '아반떼'
 'YF쏘나타'에서 시작된 제값받기는 내년 1월 출시될 '아반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토요타 역시 비슷한 시기에 내·외관을 업그레이드한 '코롤라'를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차 '아반떼'는 국내와 달리 1.8ℓ 신형 누우(NU)엔진이 탑재됐고 미국가격은 1만4830~2만1980달러(1681만~2492만원)로 책정됐다. 반면 토요타는 '2011년형 코롤라' 가격을 1만5600~1만8300달러(1769만~2075만원)로 결정했다. 내·외관이 업그레이드됐지만 가격인상폭은 최고 950달러에 그쳤다. 일부에서는 토요타가 현대차를 의식, 가격인상폭을 최대한 억제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현재까지 미국 소비자들은 '코롤라'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지난달까지 미국시장에서 '아반떼'는 11만9150대, '코롤라'는 24만4024대가 판매돼 2배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지난달에도 '아반떼'는 8631대, '코롤라'는 1만6202대가 판매됐다.

 하지만 내년은 상황이 다르다. 김두현 키움증권 자동차담당 연구원은 "'아반떼'는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이기 때문에 부분변경 모델인 '코롤라'에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며 "'아반떼' 가격을 2만달러 이상으로 책정한 것만 봐도 현대차가 이 차급에서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같다"고 설명했다.

 토요타가 전성기를 구가한 2007년과 2008년에는 '아반떼'와 '코롤라'의 판매량 차이가 4배 가까이 벌어진 적도 있다. 하지만 리콜사태 이후 '코롤라'의 판매량은 점점 줄어든 반면 '아반떼'의 인기는 높아져 격차가 상당히 좁혀졌다.

 내년에 '아반떼'의 역전을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이유는 바로 품질 때문이다. '신형 아반떼'는 신형 누우엔진을 채택하면서 연비가 18% 향상됐다. 고속도로 자동변속 기준으로 40mpg(17㎞/ℓ)에 달한다. 엔진출력과 토크도 경쟁모델을 10% 이상 앞선다.

다른 경쟁모델이 내년에도 4단 또는 5단변속기를 사용하는 데 비해 '아반떼'는 6단변속기가 장착돼 더 뛰어난 상품성을 자랑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시장에서 '아반떼'와 '코롤라'가 속하는 차종은 중형차급 이상으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코롤라'나 '시빅' 등 경쟁모델은 풀체인지 신차가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올해 '쏘나타'처럼 '아반떼'도 내년에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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