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병 만난 하나금융, 리스크 피한 론스타

더벨 현상경 기자, 황은재 기자 2010.12.0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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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현대가 이탈시 매물가치 하락 불가피...가격조정한도만으로 방어 여부 미지수

더벨|이 기사는 12월01일(18:1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 (11,900원 0.0%)지주를 내던지고 외환은행 (0원 %)(KEB)을 선택한 하나금융지주 (63,600원 ▲1,500 +2.42%)의 선택이 복병을 만났다.



현대건설 인수전 여파로 현대차그룹 등 범현대가가 외환은행과의 거래축소에 나선 만큼 '이탈'이 현실화 될 경우 외환은행의 실질 매물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25일 론스타와 외환은행 주식 51.02%를 주당1만4250원, 총 4조6888억원에 매입하기로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계약 직전 1만3000원대를 오가던 외환은행 주가는 1만1000원대로 떨어졌다.



지난 9월말 기준 외환은행이 보유한 총 자산은 98조원, 그리고 현금성 자산은 8조5815억원 가량. 여기서 '빅 바이어'인 현대차그룹 등이 외환은행과의 거래를 줄이고 단기운용자금 및 무역금융 등 주요계정을 옮길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선 범현대가는 직원들의 급여 모계좌 거래도 중단키로 했다. 급여모계좌 은행이 바뀌면 직원들의 거래은행도 바뀌면서 현대가 직원들로부터 발생하는 카드 사용 및 각종 예금, 공과금 납입 등과 관련된 은행 수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매물가치 저하는 물론 현대차그룹 등의 비중과 무관하게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기업금융영업을 강화하겠다는 하나금융의 의지에도 타격이 생긴다.

현재 하나금융지주는 "일단 범 현대차그룹의 거래 단절이 미칠 영향을 파악 하겠다"는 입장만 밝히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관건은 외환은행 인수 당사자인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계약서상에서 이런 우발 사태에 대비했느냐의 문제다. 양사가 맺은 SPA에서 설정한 가격조정한도 등이 범현대가 이탈에 따른 매물가치 하락을 커버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양사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주식매매계약에서는 5~10%내외의 가격조정한도 및 손해배상한도를 설정, 본실사와 상황변동에 따라 최종 인수가격을 조정한다. 이에 대해 배현기 하나금융지주 전략기획팀장은 "비밀 유지 조항 때문에 계약 조건을 밝힐 수 없다"며 "다만 현대차그룹 등의 외환은행 거래 단절이 실제로 이뤄질 지 여부, 이와 관련한 영향(임팩트)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매각가의 10% 정도가 할인될 경우, 25일 체결가격 가운데 4700억원 가량이 빠질 수 있다. 하지만 범현대가가 자리를 비우면서 외환은행이 받을 타격이 이 정도 할인으로 감당 가능한지는 미지수다.

투자금 회수를 진행하는 론스타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악재'를 떨어내는 효과를 보게 된다. 만일 이 같은 이벤트가 터진 이후 외환은행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면 계약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하나금융의 해결책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가장 이상적인 방향은 범현대가의 마음을 돌려 이탈을 막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외환은행이 주도해 맺은 현대그룹과의 현대건설 MOU를 뒤집는 초강수를 둬야 한다. 만만치 않은 후폭풍과 비난, 그리고 대규모 소송을 감내해야 한다. 배현기 팀장은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범현대가와 관계를 개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극단적으로 SPA계약을 무효화 시킬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되는 사안이다. 이는 SPA를 통해 서명한 다양한 계약조건, 그리고 진술과 보증 등을 통해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어떤 약속을 맺었는지에 달려있다. 하지만 이번에야 말로 외환은행을 팔고 한국을 떠나려했던 론스타의 입장을 감안하면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다. 구속력 있는 계약을 체결한 만큼 회피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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