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갈 수록 꼬이는 현대건설 매각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10.11.29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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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갈등 분출..외환銀 지분 독립 매각 주장도..관건은 1.2조

현대그룹이 난산 끝에 주주협의회(채권단)와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에 따라 또 한 번의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채권단 내 불협화음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탓에 매각 일정이 제대로 진행될 지 불투명해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그룹에 소송 의사를 밝히는 등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인 형국이다.

당장 정책금융공사와 우리은행 등은 추후 인수자금 성격에 대한 충분한 소명이 없으면 MOU 체결 자체를 백지화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법적 근거가 미약해 채권단이 본계약까지 끌려가도 주주협의회 최종 승인을 얻지 못하면 인수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분출된 채권단 갈등= 주주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29일 별도의 운영위원회 없이 현대그룹과의 MOU를 전격 체결했다. MOU를 연기하면 현대그룹 소송 가능성은 물론 졸속 심사를 자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사전협의 없는 외환은행의 기습에 정책금융공사 등 다른 채권단이 강력 반발했다. 채권단은 당초 이날 오후 운영위원회를 열어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성격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 제출 거부에 대한 대응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었다.



당장 유재한 사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회견 내내 유 사장은 운영위원회에서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규정 위반에 대한 법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외환은행에 대한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대그룹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도 "법적 근거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추가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한 법적 권한이 없다는 현대그룹 손을 들어준 외환은행과도 대립각을 세운 셈이다. 우리은행도 정책금융공사와 의견을 같이했지만, 외환은행은 MOU 체결은 주주협의회 권한을 위임받은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외환銀 지분 따로 팔아라"= 채권단 내 불협화음은 급기야 외환은행 지분 독립 매각 얘기까지 나오게 했다. 권한을 위임받았지만, 이렇게 007 작전하듯 MOU를 체결한 외환은행에 분을 삭이지 못한 다른 채권단에서 나온 소리다. 외환은행의 현대건설 보유 지분 8.72%를 따로 떼 내 처리하는 것도 꼬일 대로 꼬인 현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는 주장이다.


이는 현대건설 매각을 지나치게 서두르는 외환은행의 행동의 뒷배에는 결국 최대주주인 론스타가 있는 것 아니냐는 판단이 깔린 탓이다. 론스타는 현재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현대건설 매각의 지지부진은 외환은행 매각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주주협의회 자체가 깨지고 현대건설 매각에 차질이 빚어질 게 자명해진다. 현대그룹이 제기하는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권단 관계자는 "외환은행 지분을 따로 팔 수 있을지 여부는 법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문제"라며 "채권단 내 불협화음이 잦아들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그런 일이 발생하지 말란 법은 없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심은 프랑스 예금 1.2조원= 채권단 싸움이 지속되면 본계약 체결 여부도 불투명해진다. 의결권은 외환은행 23%, 정책금융공사 22%, 우리은행 21%다. 본계약은 채권단의 80% 이상 동의를 얻어야 가능한데 3곳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본계약이 성사될 수 없는 구조다.

우리은행 채권단 관계자는 "정책금융공사와 우리은행과의 합의 없이 외환은행 독단적으로 MOU를 체결했다"며 "앞으로 대응은 정책금융공사와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프랑스 은행 예금 1조2000억 원이 현대건설 매각의 향배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채권단은 심사 과정에서 잔고증명을 확인한 뒤 이를 '자기 자금'으로 인정했다. 현대그룹은 그러나 담보제공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채권단이 요구한 대출계약서 제출은 거부한 상태다.

당장 유 사장은 시한까지 못 박아 이 자금에 대한 증빙서류 제출을 요구했다. 어기면 MOU 체결 무효는 물론 우선협상대상자 박탈까지 언급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허위 증빙자료를 제출하거나 위법한 자금임이 드러나면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할 수 있게 했다"며 "현대그룹의 소명에 따라 그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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