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회사채 발행 '맛' 알았나

더벨 이도현 기자 2010.11.3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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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인수·시설투자 등 발행 목적 다양...업계, 사업확장용 조달 늘지 관심

더벨|이 기사는 11월22일(07:2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내 채권자본시장(Debt Capital Market)에서 '삼성'의 행보가 달라지고 있다. 삼성그룹의 몇몇 계열사가 지난 해 금융위기 여파로 한 두 차례 회사채 발행을 할 때만 해도 채권시장을 주목하지 않았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일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삼성그룹 계열사의 채권 발행 목적이 다양해지고 있다. 대규모 시설투자, 계열사 지분 인수, 심지어 배당금을 납부하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는 경우도 있다.

증권사와 기관투자가들은 삼성그룹의 달라진 모습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젊은 삼성' 발언 이후 신성장 동력 찾기가 본격화되면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대규모 채권 발행이 현실화 될 수 있다며 기대하는 눈치다.



◇ 발행 규모는 절반 이지만, 시설투자·지분인수 등 목적 다양화

22일 더벨에 따르면, 삼성증권 (38,100원 ▼50 -0.13%)과 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를 제외하고 삼성그룹이 올해 공모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9892억 원으로 1조원에 채 미치지 못한다. 발행사는 총 5개사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5000억 원으로 가장 큰 규모로 발행했고 에이스디지텍 (0원 %)이 300억 원으로 가장 작은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현대차그룹 롯데그룹 등 다른 대기업집단에 비해서도 현저하게 적지만 삼성그룹의 지난 해 발행규모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지난 해엔 삼성중공업 (9,450원 ▼150 -1.56%) 7000억 원,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 3000억 원, 삼성전기 (155,900원 ▲4,600 +3.04%) 3000억 원, 삼성테크윈 (211,500원 ▼20,500 -8.84%) 2000억 원, 삼성SDI (434,000원 ▲13,000 +3.09%) 2000억 원, 삼성토탈 1500억 원, 제일모직 (0원 %) 1000억 원 등 총 1조9500억 원어치의 채권을 찍었다.


규모는 반으로 줄었지만 시장에서는 올해 발행된 회사채에 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 해 금융위기 직후 유동성 확보가 화두였던 시기에 잠깐 '외도'를 한 것이라면 올해 발행은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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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올해 가장 많은 관심을 끌었던 회사채 시장 데뷔어로 꼽힌다. 삼성모바일은 2012년까지 2조5000억 원을 투자해 충남 탕정에 AMOLED 5.5세대 라인을 구축하기로 하고, 자금 조달을 위해 지난 6월 5000억 원 규모의 첫 회사채를 발행했다.

A 증권사 채권인수 관계자는 "삼성전자 계열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관련 자금을 채권시장에서 조달한 예는 흔치 않다"며 "앞으로 다시 채권 발행을 할지는 미지수지만 첫 발행으로도 의미가 있는 딜"이라고 말했다.

삼성테크윈은 지난 8월 삼성전자로부터 삼성탈레스 지분 50%를 양수하기로 하면서 2000억 원의 회사채를 찍었다. 삼성물산 역시 광물자원공사가 보유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지분 22.5% 중 3%를 미화 8430만 달러에 인수하는 지분계약을 체결하고 10월 9400만 달러의 외화표시채권(외표채)을 발행 지분 인수대금 등에 사용했다.

삼성토탈은 은행의 외화대출을 공모 회사채를 발행해 갚았다. 1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후 952억 원을 외화시설대출 상환에 쓰고 나머지는 배당금 납부에 사용했다. 에이스디지텍은 발행규모가 300억 원으로 크지 않지만 첫 공모채 발행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 향후 신사업 조달용 채권발행 여부 관심

삼성그룹이 신성장 동력 찾기에 나서자 증권사 DCM 부서의 기대는 한껏 오른 상황이다. 신규 사업에 진출하면서 회사채 발행이 늘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B증권사 기업금융 관계자는 "시장에선 '삼성'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보유 메리트가 있는데 그에 비해 물량이 많지 않아 희소성이 있다"며 "앞으로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진출을 내건 삼성이 직접금융시장에서 조달을 늘릴 지 관심이고,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면 증권사 간 인수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설이 나오는 삼성정밀화학이 주목된다. 회사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표명하진 않았다. 하지만 시장에선 삼성이 뛰어들 경우 OCI (94,900원 ▼1,400 -1.45%)가 주도하고 있는 폴리실리콘 사업에 큰 파장을 일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OCI는 지난 11월 폴리실리콘 제조설비 투자 목적으로 2000억 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대규모 자금이 장기로 투입되는 사업 특성상 삼성정밀화학의 진출이 확정될 경우 회사채 발행을 검토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삼성SDI도 잠재적인 발행사로 꼽힌다. 현재 2차 전지 부문은 LG화학이 주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SDI도 독일 보쉬와 합작한 SB리모티브를 통해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울산에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 준공에 들어가는 등 본격적인 투자에 돌입했다. 과거 발행 경험이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필요할 때 언제든지 발행 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

그 밖에 LPG(액화석유가스) 충전소 사업 진출에 나선 삼성토탈, 풍력발전기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삼성중공업 등도 발행이 예상되는 계열사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거론된 기업들은 이미 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금이 필요할 때 언제든 발행에 나설 수 있다"면서도 "다만 그룹 경영진과 각 기업의 재무정책, 향후 금리 향방 등 변수가 많아 아직은 잠재적인 발행사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업계에선 이재용 부사장을 중심으로 신사업에 앞장 설 삼성전자를 주목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회사채의 등장 가능성이 내년 한해 최고 이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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