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아닌 '축복'받는 기업은?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2010.11.24 08:03
글자크기
동원그룹이 2008년 6월 미국 최대 참치캔 브랜드인 스타키스트 인수를 선언했을 때 식음료업계에선 '무리한 베팅'이 아니냐는 우려를 했다. 당시 미국 발 금융위기의 여진이 가시지 않은데다 세계 최대 식품기업인 델몬트도 살리지 못한 기업을 동원그룹이 과연 정상화시킬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높았다.

2008년 하반기 당시에는 몸집에 걸맞지 않게 무리한 기업 인수에 나섰던 기업들이 역효과인 '승자의 저주'에 걸려 경영이 휘청할 정도로 후폭풍을 앓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무리한 승부수'나 '승자의 저주' 같은 표현은 동원그룹에는 통하지 않았다.



동원그룹은 스타키스트 인수 이듬해부터 이 기업을 흑자로 돌려 세웠다. 스타키스트는 올해와 내년에도 흑자폭을 더욱 높일 전망이다. 스타키스트 지분 60%를 갖고 있는 동원산업은 물론 동원그룹 전체에도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업계에선 가장 성공적인 해외기업 인수사례로 꼽을 정도다.

실제 스타키스트는 동원그룹이 인수하기 직전인 2008년 1700만 달러에 달하는 영업 적자에 허덕였다. 그러나 2009년부터 예상을 뒤엎고 바로 흑자 전환했다. 2009년 영업이익은 5700만 달러며, 올해도 6000만 달러 수준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미국 내 시장 점유율 37%인 최대 참치캔 기업의 저력이 다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실질적인 수혜는 고스란히 동원산업 (37,800원 ▲250 +0.67%)에 돌아갈 전망이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스타키스트 최대주주인 동원산업으로 들어오는 지분법평가이익은 지난해 310억원에 이어 올해도 250억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스타키스트 매출은 지난해보다 5∼7% 더 증가할 예정이지만 원/달러 환율이 워낙 떨어져 지분법이익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대우증권 이혜미 연구원은 "동원산업은 스타키스트 지분법평가이익 수혜와 내년 참치가격 추가상승, 트롤선 등 신규 가동선박의 매출 증대 효과가 맞물리며 내년이후 실적이 더욱 개선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해 톤당 1265달러 수준인 참치가격은 내년에는 1340달러대로 6% 이상 상승할 전망이다.

스타키스트는 최대주주 뿐 아니라 동원그룹 전반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동원F&B 서정동 부장은 "동원그룹 전체에 경쟁력을 가져다 준 스타키스트 인수 수혜는 이제 시작 단계"라며 "스타키스트는 동원F&B 같은 그룹 계열사들의 미국 진출은 물론 글로벌 경영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확실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원그룹은 내년이후 스타키스트 생산제품을 단순 참치 캔에서 벗어나 다른 수산식품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 내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성장성이 높은 남미와 유럽 참치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