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철회' 시끌벅적한 여당…'권력의 충돌'(?)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10.11.1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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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지도부, 감세철회 쪽으로 선회…현재권력과 미래권력 충돌 양상

-청와대와 여당, 서로 다른 '시간표' 쥐고 대립 양상
-꽃놀이패 쥔 야당, "감세철회를 보다 철저히"

여권이 '부자감세' 철회 논쟁으로 시끌벅적하다. 감세철회 논란은 애초 한나라당내 이견 충돌에서 청와대와 여당의 대립 양상으로 번졌다. 여기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까지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15일 "감세 철회 논란, 그리고 이에 따른 결론은 정권재창출을 위한 주요 변곡점 중 하나가 될 것이란 게 상당수 의원들 의견"이라며 "감세 논쟁은 이제 여권내 개혁과 변신을 위한 상징이 됐고, 자칫 내부분열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권내 상당수 의원들 사이에선 요즘 "처음에 '논리 다툼'으로 출발했던 감세논쟁이 왜 이렇게 커졌지"하는 말들이 오간다. 감세철회 논쟁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거치며 증폭됐고, 이제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충돌'이란 거대담론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여당내 감세 논쟁의 발전 또는 혼란 양상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한나라당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은 당 개혁방안 중 하나로 감세철회를 줄곧 주장해왔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사람은 정두언 최고위원이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달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자감세 철회를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이에 "당 정책위원회를 통해 공식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등의 개입에 따라 '소득세 감세철회 검토, 법인세 감세 유지'라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에 집단반발하는 움직임이 확산됐고 급기야 이달 4일 의원 45명이 공동으로 '감세철회를 위한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결국 당 지도부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다수 의견의 손을 들어줬다. 안상수 당 대표는 15일 "법인세는 예정대로 감세하되, 소득세의 경우 최고세율구간을 하나 더 신설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감세철회 의사를 공식화했다. 겉모습은 '절충안' 제시지만 사실상 감세철회에 합류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 같은 움직임에 발끈하고 있다.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감세와 규제완화는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두 축"이라며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거듭 못박았다.


정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차 "백용호 정책실장의 주장은 상황에 대한 몰이해와 오해에서 빚어진 것"이라며 "최고구간 감세는 2013년부터 하게 돼 있는 것으로, 이미 이 정부는 최고구간 감세를 철회하고 있는 셈"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감세철회 논쟁과 관련해 "원칙적으로 정책의 방향은 감세해서 세율을 낮추고 세원은 넓히는 쪽으로 가야 경쟁력이 생긴다. 이념적 논쟁으로 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감세철회 논쟁이 여당내 이념 논쟁으로 확대되지 말아야 한다는 우려를 품고 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나라당 한 중진의원은 "감세철회와 관련해 청와대와 여당 다수 의원들은 각각 서로 다른 '시간표'를 쥐고 있는 형국"이라며 "청와대가 현재권력 강화를 통한 정권재창출에 주력하고 있다면 당은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미래권력 흐름에 올라타려 애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금정책을 놓고 드물게 '여 대 여' 양상이 벌어진 가운데 민주당 등 야당은 일종의 '꽃놀이패'를 쥔 듯 즐기는 모습이다. 여당내 감세철회 주장에 힘을 실으면서 동시에 보다 적극적인 감세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자칫 여당이 '좌향좌' 행보를 거듭하며 야당 위상을 넘보고 있어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의도 정치권은 요즘 '감세정책과 미래권력의 입맞춤'에 푹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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