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모래먼지로 진주 만든다"

머니투데이 라스라판(카타르)=전예진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2010.11.1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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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의 혼' 세계에 심는다 ①중동편]카타르 펄 GTL(Gas-to-Liquid)-5 현장


- 버려졌던 천연가스 '대체 에너지'로 재탄생
- 설계·구매·시공 통합 고부가가치 기술 확보


"사막의 모래먼지로 진주 만든다"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북쪽으로 80㎞, 사막을 지나 자동차로 약 1시간을 달리면 희뿌연 먼지 속에 새빨간 불꽃을 내뿜는 굴뚝이 선명히 모습을 드러낸다. 공장에서 발생한 미연소 가스 등 잔여찌꺼기를 태우는 플레어스택(flare stack)이다.

라스라판(Ras Laffan) 산업단지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이 '봉수대'를 지나면 건물 10층 높이의 강철 실린더와 철골구조의 공장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주위에는 4㎞에 달하는 파이프라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하늘에서 내려 본다면 거대한 반도체 회로처럼 보일 듯하다.



◇사막에서 진주를 만들다
지난달 27일 찾은 라스라판 산업단지 '펄 GTL-5' 현장은 현대건설이 공사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GTL(Gas-to-Liquid)은 가스를 액화시켜 기름을 만드는 공정이다.

과거에 버려졌던 천연가스로 경유·휘발유·나프타·메탄올 등 수송용·석유화학산업의 연료를 생산하는 신기술이다. '펄(Pearl) GTL'이라는 현장 이름처럼 쓸모없던 사막의 모래먼지로 진주를 만드는 셈이다.



현대건설은 2006년 쉘(Shell)사가 발주한 13억 달러(약 1조2350억원) 규모의 GTL공사를 국내 최초로 수주했다. 일본의 토요 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대건설의 공사 지분금액은 8억4320만 달러에 달한다.

"사막의 모래먼지로 진주 만든다"
2006년 8월부터 공사를 시작했으니 이제 4년3개월째. 내년 10월이면 GTL 전체 사업장의 공사가 완료돼 63개월의 긴 여정이 끝난다. 다른 사업장으로 옮기기 위해 쌓아놓은 남은 건설자재들과 텅 빈 컨테이너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김광섭 현대건설 GTL 공정담당 부장은 "10월 기준 전체 공정률은 96%로 1단계는 연내 완공해 시운전에 들어가고 2단계도 내년 3월 완공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GTL 상품화하는 최초 사업장
라스라판 GTL 현장은 모두 8개 패키지가 모여 하나의 플랜트를 이루는 시설이다. 현대건설이 맡은 곳은 이중 정제된 가스를 액화시키는 LPU(액화처리공정) 부문이다.

합성가스를 원료로 만든 GTL을 가공, 수출할 수 있도록 제품으로 만드는 곳이다. 조성동 현대건설 중동프로젝트 관리부장은 "우리 현장은 GTL을 상용화해 세계시장에 수출할 상품으로 만드는 최초의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GTL은 원유정제시설보다 한 단계 공정이 더해진 것으로 최첨단 기술력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플랜트 공사다. 현대건설은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국내 건설산업의 질적 도약과 기술성장을 인정받는 성과를 거뒀다.

↑ 차동철 현대건설 '펄 GTL' 현장소장↑ 차동철 현대건설 '펄 GTL' 현장소장
차동철 GTL프로젝트 소장은 "3개월 늦게 착공했지만 다른 업체들보다 2개월 빠른 작업 속도로 발주처의 신뢰를 받았다"며 "쉘사의 비즈니스 파트너 50개사로 등록돼 앞으로 셀 발주공사에 단독입찰 조건을 부여받는 기회도 얻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또 시공부문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해외건설업체와 달리 '설계-구매-시공'(EPC)을 통합적으로 수행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차 소장은 "미국이나 일본, 유럽 건설업체들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기술력과 수행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로 GTL공사와 관련한 고부가가치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이 큰 수확"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전망 밝아…대체에너지로 급부상 기대
라스라판 펄 GTL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준공되면 하루 14만 배럴의 청정디젤이 생산된다. 이는 세계 디젤시장의 약 3%에 해당한다. 현대건설은 생산이 본격화되면 대체에너지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유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대체자원이자 청정 에너지원으로 활용이 가능해서다.

조성동 부장은 "지난해 카타르항공이 GTL항공유를 쓰는 비행기를 투입했으니 앞으로 청정에너지를 이용한 자동차가 개발되는 등 사업전망이 밝다"며 "앞으로 주유소에서 GTL마크가 찍힌 브랜드의 기름이 팔릴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막의 모래먼지로 진주 만든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GTL공사 발주도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미국의 엑손모빌은 하루 18만 배럴 규모의 GTL공사 발주를 진행할 계획이고 돌핀에너지사도 약 40억 달러 규모의 GTL 발주를 계획하고 있다.

차동철 소장은 "원유가격이 오를수록 정유공장보다는 GTL공장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GTL시장에 뛰어든 지 3년만에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현대건설로선 추가공사 수주에 유리한 입장을 선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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