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려졌던 천연가스 '대체 에너지'로 재탄생
- 설계·구매·시공 통합 고부가가치 기술 확보
라스라판(Ras Laffan) 산업단지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이 '봉수대'를 지나면 건물 10층 높이의 강철 실린더와 철골구조의 공장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주위에는 4㎞에 달하는 파이프라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하늘에서 내려 본다면 거대한 반도체 회로처럼 보일 듯하다.
지난달 27일 찾은 라스라판 산업단지 '펄 GTL-5' 현장은 현대건설이 공사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GTL(Gas-to-Liquid)은 가스를 액화시켜 기름을 만드는 공정이다.
과거에 버려졌던 천연가스로 경유·휘발유·나프타·메탄올 등 수송용·석유화학산업의 연료를 생산하는 신기술이다. '펄(Pearl) GTL'이라는 현장 이름처럼 쓸모없던 사막의 모래먼지로 진주를 만드는 셈이다.
김광섭 현대건설 GTL 공정담당 부장은 "10월 기준 전체 공정률은 96%로 1단계는 연내 완공해 시운전에 들어가고 2단계도 내년 3월 완공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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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L 상품화하는 최초 사업장
라스라판 GTL 현장은 모두 8개 패키지가 모여 하나의 플랜트를 이루는 시설이다. 현대건설이 맡은 곳은 이중 정제된 가스를 액화시키는 LPU(액화처리공정) 부문이다.
합성가스를 원료로 만든 GTL을 가공, 수출할 수 있도록 제품으로 만드는 곳이다. 조성동 현대건설 중동프로젝트 관리부장은 "우리 현장은 GTL을 상용화해 세계시장에 수출할 상품으로 만드는 최초의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GTL은 원유정제시설보다 한 단계 공정이 더해진 것으로 최첨단 기술력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플랜트 공사다. 현대건설은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국내 건설산업의 질적 도약과 기술성장을 인정받는 성과를 거뒀다.
↑ 차동철 현대건설 '펄 GTL' 현장소장
현대건설은 또 시공부문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해외건설업체와 달리 '설계-구매-시공'(EPC)을 통합적으로 수행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차 소장은 "미국이나 일본, 유럽 건설업체들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기술력과 수행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로 GTL공사와 관련한 고부가가치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이 큰 수확"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전망 밝아…대체에너지로 급부상 기대
라스라판 펄 GTL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준공되면 하루 14만 배럴의 청정디젤이 생산된다. 이는 세계 디젤시장의 약 3%에 해당한다. 현대건설은 생산이 본격화되면 대체에너지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유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대체자원이자 청정 에너지원으로 활용이 가능해서다.
조성동 부장은 "지난해 카타르항공이 GTL항공유를 쓰는 비행기를 투입했으니 앞으로 청정에너지를 이용한 자동차가 개발되는 등 사업전망이 밝다"며 "앞으로 주유소에서 GTL마크가 찍힌 브랜드의 기름이 팔릴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차동철 소장은 "원유가격이 오를수록 정유공장보다는 GTL공장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GTL시장에 뛰어든 지 3년만에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현대건설로선 추가공사 수주에 유리한 입장을 선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