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표단, 쇠고기 문제 왜 꺼냈을까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0.11.11 18:09
글자크기

"중간선거 패배, 의회 압력 무시하기 어려웠을 듯"

1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쟁점 협의가 결국 결렬됐다. 가장 큰 이유는 '쇠고기' 문제다.

한국은 처음부터 논의대상에서 배제시켰지만 협상테이블에 쇠고기 관련 서류를 쌓아놓고 무언의 '시위'를 벌이던 미국 측은 결국 마지막에 쇠고기 문제를 꺼내들며 논의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쇠고기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우선 의회의 압력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것이다.



김한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FTA팀장은 "미 대표단은 결국 의회의 목소리를 전달하러 온 것인데 쇠고기 얘기를 꺼내지 않고 돌아갈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G20 서울 정상회의 이전까지 진전을 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의회의 의견을 무시한 채 행정부 뜻대로 밀어붙이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공화당은 지난 2일 중간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후 한·미 FTA 비준을 위해서는 한국 측의 더 많은 양보가 필요하다며 강경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팀장은 "꼭 이번에 결론을 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협의 시한이 정해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표단 측에서는 이번에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본다는 차원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이 쇠고기 문제에 유독 민감한 한국의 사정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쇠고기 문제는 꼭 이번이 아니라도 다음에 다시 논의할 수 있었는데 막판에 굳이 그 문제를 집어넣은 것은 미국이 한국의 사정을 다소 가볍게 본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금 와서 쇠고기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결국 우리 협상단의 창구를 제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라며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협상 전망에 대해서는 단기간 내 타결은 힘들겠지만 오래 끌 수도 없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김 팀장은 "연내 타결은 힘들겠지만 내년 7월 1일에 한국과 유럽연합(EU)의 FTA가 발효되고, 내년 초에는 호주와의 협상일정도 잡혀있기 때문에 미국은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호주는 쇠고기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호주와의 협상 일정은 미국에 큰 압박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도 "쇠고기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에 빨리 타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지금까지 논의된 것들도 의미가 크기 때문에 의견이 조율되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