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주가하락에 産銀 싱글벙글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2010.11.0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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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兆 유증 3자배정으로 전량인수 방침...주가 낮을 수록 주당인수가 '희석효과' ↑

-5월 주가하락엔 투자자 모집 안돼 '난색',
최근 주가하락엔 인수가 떨어져 '반색'


산업은행은 1조 원 규모의 대우건설 (3,790원 ▼15 -0.39%) 유상증자 시 3자 배정 방식으로 신주 전량을 인수키로 했다. 이럴 경우 대우건설 주당 인수가격은 당초의 1만8000원에서 1만4000~1만5000원 정도로 낮아지게 된다.

산은은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을 53%까지 늘려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30% 가량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산은의 실제 주당 인수가격은 1만2000원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산은, "3자배정 방식으로 신주 전량 인수"=산은 고위 관계자는 3일 "대우건설 인수와 동시에 유상증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3자 배정 방식으로 신주 전량을 산은이 인수하게 된다"고 말했다.

3자 배정은 유상증자 시 발행되는 새 주식 전량을 특정 기존 주주에게 배정하는 방식이다.



산은의 유통주식 수는 약 3억2000만 주. 유상증자 후엔 주식수가 1억 주 가량 늘어난다. 기존 3억2000만 주 중 39.58%와 신주 1억 주를 전량 인수하면 산은의 대우건설 지분은 50~53%를 웃돌게 된다.

산은은 일단 대우건설을 단독 인수 한 뒤 셀다운(인수 후 지분 매각)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당초 투자자를 모집해 대우건설 주식을 50%+1주 매입하겠다던 인수계획은 금호그룹 계열사 지분이 혹시 모를 특혜시비 때문에 인수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산은 단독으로 재무적투자자(FI) 지분 39.58%만 인수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유상증자는 대우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과 동시에 산은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묘수인 셈이다.


◇산은, 대우建 주가 하락에 '희색'=연초 1만3250원 하던 주가가 지난 5월 9000원 대로 떨어지자 산업은행 대우건설 인수 담당자들의 얼굴은 난색이 됐었다. FI와 약정한 주당 인수가(1만8000원)와 시가의 차이가 벌어져 투자자 모집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8일 1만2350원까지 회복됐던 대우건설 주가가 3분기 1300억 원 영업손실이란 어닝쇼크 이후 1만400원(2일 종가)까지 다시 떨어졌다.

똑같은 주가하락을 대하는 산은 PE실 담당자들의 표정은 연초와는 사뭇 다르다. 드러내진 않지만 주가하락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대우건설 지분 주당 매입가를 낮추는 이른바 '희석 효과'도 크다.

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시 주당 매입가는 신주 인수 직전일 종가와 일정 기간의 평균가 중 낮은 게 기준가가 된다. 여기에 최대 10% 정도의 할인율을 적용해 최종 인수 가격이 결정된다.

3일 대우건설 종가(1만850원)를 기준으로 할 경우 10% 할인율을 적용하면 신주 주당인수가가 1만 원을 밑돌게 된다. 구주 39.58%는 1만80000원에 인수키로 FI들과 약정이 돼 있어, 전체를 평균할 경우 주당 인수가는 1만4000~1만5000원 정도가 된다는 계산이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 주가가 낮을 수록 유상증자를 통한 인수가 인하 효과가 커지게 된다"며 "인수 후 투자자 모집에 대한 부담도 줄게 돼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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