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번 이사회가 신한사태 2막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들립니다. 굳이 '1라운드의 막을 내렸다'는 표현을 쓴 것도 그래서입니다. 곳곳에서 2라운드를 예고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표결 결과는 찬성 7표·반대 4표·기권 1표였습니다. 전성빈 이사회 의장이 누가 찬성하고 반대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피했지만 한 사외이사의 입에서 찬반표의 정체가 드러났지요.
따라서 찬성 7표는 라 전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 류 회장을 포함한 국내 이사들이고, 반대는 '류 이사는 라 전 회장 편'이라며 반대한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이란 얘기가 됩니다. 신 사장은 기권 표를 던졌습니다.
신 사장은 왜 기권했을까요. 이번 표 대결이 무의미함을 항의하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입니다. 속내는 반대이지만, '이미 결론이 빤한 표 대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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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안건의 가결 조건은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입니다. 라 전 회장과 이 행장, 국내 이사 4명을 합치면 6표, 신 사장과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을 합치면 5표입니다. BNP파리바가 반대표를 던지면 6대6으로 류 회장의 특위 참여가 무산되고, 찬성하면 과반을 넘어 통과됩니다.
신 사장은 BNP파리바가 찬성할 것을 예측, 판세가 이미 굳어졌음을 봤다는 얘기지요. 이와 관련, 라 전 회장이 중징계 통보를 받고도 해외에서 기업설명회(IR)를 이어간 것도 BNP파리바 그룹 회장을 만나 설득하기 위한 게 아니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더구나 이날 이사회 이후 이사들은 라 전 회장-이 행장 측과 신 사장 측으로 갈려 식사를 했다는 후문입니다. 찬성표를 던진 7인과 반대 및 기권 표를 행사한 4인이 이사회 이후까지 앙금을 간직해 후폭풍을 예고한 셈입니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가 열릴 때까지 신한지주는 류 회장 및 특위 체제란 비상체제로 운영됩니다. 특히 빅3를 제외한 이사 9명이 참여한 특위는 앞으로 신한지주 지배구조 개선과 후임자 선정 방식 논의라는 중책을 안고 있습니다.
이런 특위에 참여할 이사 9명이 한 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상황에 편이 확연히 갈라져 '라응찬 이후' 신한호(號)의 약점이 되고 있습니다. 표면상 특위 구성이 쟁점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누구에게 더 유리한 후계구도를 수립하느냐의 문제가 달려 있었다는 지적입니다.
신한지주가 30일 이사회를 계기로 당장의 파국은 모면하는 모습을 취했지만 본격적으로 후계구도 확립 전쟁이 시작되며 빅3의 대리인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경우 신한지주는 내홍이 지속되며 사태 수습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질 수 있습니다. 외부 인사, 나아가 관치를 정당화하는 기회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학계 등 신한지주 안팎에서 신한사태의 원인을 라 전 회장 장기집권에서 찾으며 외부인사가 회장 직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어쩌면 외부 개입의 전주곡은 이미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 한 차례 울려 퍼진 것 같기도 합니다.
이사들의 편이 나뉜 끝에, 재무적 투자자인 BNP파리바에 사실상 최종 결정의 키를 쥐어 주는 모양새가 됐다는 점이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