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7:4:1로 나타난 신한지주 갈등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10.11.0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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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회장 사퇴했지만 갈등여전…이사회(특위) 9명 편 갈리며 BNP가 캐스팅 보트

두 달 가까이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신한사태'가 지난달 30일 신한지주 (47,750원 ▲1,250 +2.69%) 이사회를 기점으로 1라운드의 막을 내렸습니다. 라응찬 전 회장이 회장 직에서 물러나며 사태는 일단 봉합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번 이사회가 신한사태 2막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들립니다. 굳이 '1라운드의 막을 내렸다'는 표현을 쓴 것도 그래서입니다. 곳곳에서 2라운드를 예고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 특별위원회 설치를 둘러싸고 표 대결이 벌어진 것이 대표적입니다. 일단 특위에서 라 전 회장을 비롯한 3인방을 제외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관건은 대표이사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류시열 회장이 특위에 참여하느냐 여부였습니다.

표결 결과는 찬성 7표·반대 4표·기권 1표였습니다. 전성빈 이사회 의장이 누가 찬성하고 반대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피했지만 한 사외이사의 입에서 찬반표의 정체가 드러났지요.



이 사외이사는 이사회 직후 기자들에게 "5대4로 찬성"이라고 말했고 찬성 5표가 국내 이사들과 BNP파리바임을 전했습니다. 빅3를 제외한 표결 결과를 말한 것입니다.

따라서 찬성 7표는 라 전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 류 회장을 포함한 국내 이사들이고, 반대는 '류 이사는 라 전 회장 편'이라며 반대한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이란 얘기가 됩니다. 신 사장은 기권 표를 던졌습니다.

신 사장은 왜 기권했을까요. 이번 표 대결이 무의미함을 항의하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입니다. 속내는 반대이지만, '이미 결론이 빤한 표 대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라는 것입니다.


이사회 안건의 가결 조건은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입니다. 라 전 회장과 이 행장, 국내 이사 4명을 합치면 6표, 신 사장과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을 합치면 5표입니다. BNP파리바가 반대표를 던지면 6대6으로 류 회장의 특위 참여가 무산되고, 찬성하면 과반을 넘어 통과됩니다.

신 사장은 BNP파리바가 찬성할 것을 예측, 판세가 이미 굳어졌음을 봤다는 얘기지요. 이와 관련, 라 전 회장이 중징계 통보를 받고도 해외에서 기업설명회(IR)를 이어간 것도 BNP파리바 그룹 회장을 만나 설득하기 위한 게 아니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더구나 이날 이사회 이후 이사들은 라 전 회장-이 행장 측과 신 사장 측으로 갈려 식사를 했다는 후문입니다. 찬성표를 던진 7인과 반대 및 기권 표를 행사한 4인이 이사회 이후까지 앙금을 간직해 후폭풍을 예고한 셈입니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가 열릴 때까지 신한지주는 류 회장 및 특위 체제란 비상체제로 운영됩니다. 특히 빅3를 제외한 이사 9명이 참여한 특위는 앞으로 신한지주 지배구조 개선과 후임자 선정 방식 논의라는 중책을 안고 있습니다.

이런 특위에 참여할 이사 9명이 한 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상황에 편이 확연히 갈라져 '라응찬 이후' 신한호(號)의 약점이 되고 있습니다. 표면상 특위 구성이 쟁점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누구에게 더 유리한 후계구도를 수립하느냐의 문제가 달려 있었다는 지적입니다.

신한지주가 30일 이사회를 계기로 당장의 파국은 모면하는 모습을 취했지만 본격적으로 후계구도 확립 전쟁이 시작되며 빅3의 대리인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경우 신한지주는 내홍이 지속되며 사태 수습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질 수 있습니다. 외부 인사, 나아가 관치를 정당화하는 기회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학계 등 신한지주 안팎에서 신한사태의 원인을 라 전 회장 장기집권에서 찾으며 외부인사가 회장 직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어쩌면 외부 개입의 전주곡은 이미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 한 차례 울려 퍼진 것 같기도 합니다.

이사들의 편이 나뉜 끝에, 재무적 투자자인 BNP파리바에 사실상 최종 결정의 키를 쥐어 주는 모양새가 됐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신한지주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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