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묵은 임투공제, 이번에도 살아나나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10.10.2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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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위축" 등 여당과 산업계 반대...막판 회생 지난해 전철 밟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시투자세액공제(임투공제)가 막판에 기사회생할 가능성이 커 보여요."

27일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임투공제 폐지와 이를 대체할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고용창출공제)를 골자로 하는 2010년 세제개편안의 국회통과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달 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상당수 의원들의 반대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산업계 반발 등을 감안할 때 임투공제가 지난해처럼 국회 심의과정에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임투공제, 올해도 막판 기사회생? = 정부와 국회의 임투공제 폐지를 둘러싼 핑퐁게임은 최근 몇 년간 계속돼 왔다. 정부가 폐지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기업투자위축 등을 명분으로 1년간 생명을 늘려주는 식이었다. 지난해에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임투공제 폐지의 불가피성을 역설했지만 국회는 이를 무시하고 올해 말까지 1년간 일몰기간을 연장했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 8월 발표한 2010년 세제개편안에서 임투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신규고용창출 인원에 비례해서 세액공제혜택을 주는 고용창출공제를 도입했다.



1982년 도입된 임투공제는 제조업, 도·소매업 등 32개 업종에 대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밖의 사업용 자산 투자금액의 7%를 세액에서 공제해준다. 고용창출 인원에 관계없이 투자금액에 대해 세액공제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고용창출세제와 차이를 보인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27일 언론사 보도·편집국장단 오찬에서 "기업이 다른 의견을 갖고 있지만 임투공제는 고용창출과 연계해 다른 방향으로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며 "어떻게든 일자리, 서민생활에 도움이 되는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보고 있다"고 폐지 후 개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정부 입장에 대해 여당인 한나라당과 재계는 폐지 반대론을 유지하고 있다. 내년도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투자활동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여당과 산업계 "투자위축 우려에 폐지 반대" = 지난 4~5일간 진행된 재정부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임투공제 폐지에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이혜훈 의원은 "임투공제 혜택을 받는 기업 중 90%가 중소기업 인데, 임투공제가 폐지될 경우 이들의 투자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 측 자료에 따르면 2007년에 중소기업이 받은 전체 세액공제금액은 4078억 원이고 이중 67.8%인 2764억 원이 임투공제다.

국회의 브레인이라고 할 입법조사처도 최근 보고서에서 고용창출공제의 기대효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임투공제를 성급히 폐지하는 것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윤증현 장관이 이번 국감에서 "최고의 세제 전문가"로 극찬한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임투공제 폐지에 찬성의사를 밝혔다. 이 의원은 "임투공제는 그야말로 '임시'여야 하는데 20여 년째 유지되고 있어 도입 의미가 퇴색했다"고 지적했다. 또 "임투공제 혜택의 85%가 대기업에 돌아가고 중소기업 혜택은 15%에 불과하다"며 "이 제도의 유지가 가져올 취지와 실익, 명분이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 "임투공제 폐지 불이익 없다" 설득= 예상보다 강한 반대여론에 정부는 내심 당황하고 있다. 윤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반대 의견이 있다면 세법소위원회에서 심도 있는 토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정부 발목을 잡고 있는 국회, 그리고 재계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비즈니스 프렌들리 차원에서 기업에 얼마나 많은 지원을 해줬나. 그런데도 재계가 눈앞의 작은 이익에 연연해 국회를 상대로 로비나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투공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기재부는 국회와 산업계가 고용창출공제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면 이 같은 반대는 한풀 꺾일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이 제도 폐지로 정부가 징수하게 될 2조원의 세수는 대부분 다시 기업들로 돌아가는 만큼 불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즉 2조 원 중 5000억 원은 중소기업과 환경보전 안전설비 등 기능별 투자지원에, 5000억 원은 고용증대가 수반된 설비투자대상 기업에 지원된다. 또 신성장동력과 원천기술 연구개발(R&D)투자기업에 8000억 원이 지원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임투공제는 한시적인 세제지원 취지에서 이미 벗어나 있어 폐지하는 게 맞다"며 "고용창출공제의 도입 취지를 의원들과 산업계가 정확히 이해하면 불이익 운운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지난해처럼 국회 심의과정에서 임투공제 일몰이 1년 연장되더라도 재정부 입장에서는 이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정부의 한계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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