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때는 '금값', 팔때는 '은값' 왜?

머니투데이 정영화 기자 2010.10.2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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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시장 집중탐구①]중구난방 금 가격..금시세 20%올라도 팔 땐 겨우 '본전'

【편집자주】세계는 금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투자대상으로 금을 주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금시장은 아직도 복마전이고 금 상품 전문가도 거의 없습니다. 금 매매 및 투자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게재합니다.

##금 가격이 돈당(3.75g) 13만원 정도였던 시기에 14K 금팔찌를 만들었던 김보석(34 · 가명)씨.



금팔찌가 싫증나있던 차에 금값이 돈당 20만원을 넘는다는 얘기를 듣고는 종로로 나갔다. 종로에서 금팔찌를 만들 때 50만원이 들었는데, 세공비가 별로 들지 않았기 때문에 최소한 40만원 이상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계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종로의 A금방을 찾았을 때 팔찌 가격을 24만원 밖에 받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금을 팔 때엔 실제 국제 금 시세가격보다 싸게 쳐주다보니 당시 살 때 가격이랑 별 반 차이도 없었다.



다른 금방을 찾아보니 같은 팔찌의 매입가로 30만원을 불렀다. 김씨는 속는 기분이 들어 금팔찌를 파는 걸 포기했다.
금값이 올라도 팔때는 혜택이 돌아오지 않고 살 때 부담만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금 사고파는 가격차 왜 이렇게 많이 나는 걸까?

살때는 '금값', 팔때는 '은값' 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금 가격은 지난 2007년 2월 1돈(3.75g)당 8만원대에서 21일 현재 1돈당 18만원대로 2배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실제 매입하는 가격과 매도가격 차이가 몇 만 원에 달하다 보니 팔 때엔 일정부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금값상승을 노리고 금을 사둬도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큰 이득을 얻기가 어렵다.

심재승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 본부장(상무)은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의 가격차이가 커서 금값이 최소한 20%는 올라야 팔 때 원래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금을 사고 팔 때 세공비가 빠지고 부가세 10%가 별도로 붙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10%+알파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금을 녹일 때 손실로 1.5%정도가 더 빠진다.

◆금값, 도대체 어디서 매기지?

금값의 기준은 업소마다 다르다.
현재 시중 귀금속 업체, 이른바 금은방에서 금 가격을 책정할 때 쓰는 주요 기준은 런던 금시장연합회(London Bullion Market Association, LBMA)에서 제시하는 국제 금 시세다. 실시간으로 가격이 변한다. 파운드화나 원달러 환율도 실시간으로 변하기 때문에 국제 금시세를 원화로 계산하는 복잡한 계산법이 뒤따른다.

귀금속 프랜차이즈 기업 쥬얼리아의 이형주대표는 "금값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업자들이 국제 시세와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자체적인 기준을 정할 수밖에 없다"며 "일관적인 기준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금값에 일관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 등을 이용해 금은방에서는 보석을 사고파는 고유의 업무보다는 금 매입에 더 열을 올리기도 한다.
귀금속 업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금값이 치솟자 백화점까지 금 매입에 나설 정도로 너도나도 금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금매입자 납부제도가 시행돼 금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한은행 금거래 계좌를 개설해 결제해야 가능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신한은행 금거래량을 보면 국내 금시장의 규모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금통장과 실물 금거래를 전부 포함한 총 거래량 누적치는 2007년 2만6601kg에서 2008년 7만774kg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9만9331kg으로 급증했다. 올들어서는 이미 21일 현재 누적 금 거래량이 11만2768kg에 달한다.
살때는 '금값', 팔때는 '은값' 왜?
◆금시장 팽창 불구, 매매기준 없고 불투명해

업자들이 너도나도 금 매입에 열을 올리는 데는 그만큼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그날그날 고객들에게 매입한 금을 곧바로 팔아치우는 단타로 이익을 남기는 경우가 절대 다수다. 금 가격 자체가 중구난방 이다보니 이를 이용해 금을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샀다가 팔면 이익이 남는다는 것이다. 고객들의 금을 매입했다가 오랜 기간 들고 있으려면 그만큼 현금이 많이 필요한데 그 정도의 자금여력을 갖추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장기 투자는 힘들다.

수입하는 금 가격과 국내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매입한 가격의 차이가 다르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금을 해외에서 수입해서 들어오면 관세 등이 부과되는 반면 일반인에게는 실제 시세보다 싸게 매입하기 때문에 매입 단가에서 차이가 날수 밖에 없다.

정식으로 수입하면 '손해'이기 때문에 금의 상당부분은 밀수 형태로 해외에서 들어오고 있다. 심재승 본부장은 "현재의 금 유통과정이 워낙 불투명한 상태여서 금의 무자료(밀수) 거래가 전체 금거래 비중의 60~70%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여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 가격의 정확한 고시와 금 유통경로의 투명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3일부터 미니 금선물 거래를 시작한 한국거래소는 홈페이지(http://www.krx.co.kr) 를 통해 금 현물가격을 원화로 알려주고 있다. 국제 금시세를 런던 금시장연합회(London Bullion Market Association, LBMA)에서 제공 받아 원달러 환율을 실시간으로 계산한 가격이다. 상품지수를 클릭해서 들어가면 g당 가격뿐만 아니라 돈(3.75g)당 가격도 고지돼 있어 편리하게 금 현물 가격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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