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후임은? 순혈주의 vs 외부 개혁자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0.10.1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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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선 최영휘 홍성균 이인호 등, 외부에선 관료출신 거론

'포스트 라응찬.'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 등 '빅3'의 권력투쟁으로 비춰지고 있는 '9.2 신한사태'가 벌어지기 전 신상훈 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 (46,750원 ▲3,250 +7.47%)) 사장을 설명하는 말이었다. 신 사장만큼 라 회장에 이어 그룹을 이끌어갈 적임자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룹 내에서 이를 더욱 잘 알았다.

하지만 신한의 미래가 담겼던 '포스트 라응찬'이란 말은 신 사장이 은행 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하면서 의미가 변질됐다. 내부인사를 비롯해 신한출신 외부인사 심지어 관 출신 인사들까지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번 사태 이후 가장 민감한 아이콘이 되고 있다. 신한은행을 설립한 일본주주들이 14일 오사카에서 라 회장과 신 사장은 물론 이백순 행장까지 모두 즉시 퇴진하라고 결의해 후임자 찾기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포스트 라응찬'과 관련된 하마평은 무수하다.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을 비롯해 서진원 신한생명 사장,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 이인호 전 신한지주 사장(현 고문), 최영휘 전 신한지주 사장, 홍성균 전 신한카드 사장 등 그룹 전·현직 임원이 직무대행 또는 후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중 신한 내부에서 이름이 가장 많이 나오는 사람은 최영휘 전 신한지주 사장과 홍성균 전 신한카드 사장. 먼저 최 전 사장은 2005년 통합방식을 놓고 라 회장 등과 갈등을 빚은 끝에 자리를 떠났다. 최 전 사장은 신한에서 사장직을 별 무리 없이 수행했다는 평가에다, 신한 출신 인사 중 누구보다 내부 문화를 잘 안다는 말을 듣고 있다. 이 같은 시기에 중립적으로 사태 수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 하지만 '야심가형 CEO' 스타일로 유명, 신한의 시계를 오히려 거꾸로 돌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전 사장은 재일동포 주주들과 폭넓은 교감이 있고, 그룹 내·외부적으로 관계가 원만해 위기 상황을 정리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빈한 스타일로 직원들의 신망이 높다는 평가다. 반면 홍 사장 역시 이미 한 시대를 보낸 오래된 인사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여론이 많다. 이밖에 이인호 전 사장(현 고문)도 무난하다는 분석이다. 뒤탈이 거의 없을 정도로 깔끔한 일처리가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그룹 내부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직원들이 많지 않다는 게 약점이다.

일각에선 관 출신 인사가 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혼란기에 신한과 전혀 상관없는 인사가 와서 어지러운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배경에서다. 순혈주의를 강조한 신한이지만, 결국 이번 사태도 순혈주의가 부른 참극이란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고인 물이 썩어서 벌어진 일'이라는 안팎의 시선 탓에 이제 외부 인사 선임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때라는 얘기다.

관 출신 인사 중에선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 차관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럴 경우 그동안 신한이 자랑하던 '무(無) 관치' 전통이 깨질 수도 있다는 게 부담이다. 그룹 내부 관계자는 "앞으로 라 회장을 비롯해 신 사장, 이백순 행장 등 3명이 모두 나갈 경우 조직이 필요한 인사는 정말 차갑고 털어서 먼지 하나도 안 나오는 사람이 와야 한다"며 "일각에서 우려하는 숙청과 같은 뒤끝 없이 이번 사태를 가장 잘 수습할 만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떠한 경우에라도 관 출신 인사가 오는 관치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한지주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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