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불똥맞은 금융감독원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박재범 기자, 김지민 기자 2010.10.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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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신한 사태' 책임론도 대두

라응찬 신한지주 (47,350원 ▼500 -1.04%)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논란이 금융감독당국의 묵인, 은폐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5월 신한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때 관련 '정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면서다.

신상훈 사장을 고소하며 촉발된 '신한 사태'의 책임 문제도 거론된다. 1차적 책임은 신한 '경영진 3인방'에 있지만, 라 회장의 실명제법 위반 의혹을 묵인한 금감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라 회장이 올해 3월 4연임에 성공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연임 길을 터준 것으로 볼 수 있는 탓이다. 결과론적으로 연임 당시 지주 임원 적격성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작년 검사 때 실명제 위반 적시= '묵인' '은폐'에 대해 금감원은 손사래를 친다. "논란이 됐던 라 회장의 차명 계좌를 들여다보려 했지만 검찰 수사로 자료가 없어 조사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시 검사과정을 돌이켜보면 라 회장의 실명법 위반 정황을 알고 있었고 조사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이 확인된다. 머니투데이가 13일 입수한 지난해 5월 검사 당시 금감원이 신한은행에 보낸 '질문서'가 대표적 증거다.



제목은 '예금거래 실명 확인과 관련하여'. 발신은 금감원 은행서비스총괄국에서 이뤄졌고, 대상자는 6명이었다. 질문서엔 '위반 내용'이란 소제목을 달은 뒤 위반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란 얘기다.

이어 "위 사실과 관련해 아래와 같이 질의하니 성실히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힌 뒤 6개 항목의 질문을 던졌다. 첫 질문은 재직 기간, 직책, 업무 등 개인 신상 내용이다.

두 번째는 6명의 예금 만기일에 예금을 인출해 재예치하는 과정에서 누구 지시를 받았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이어 자기앞수표 발행 요청을 한 사람이 누구이며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답변해 달라는 질문이 뒤따랐다.


네 번째는 6명 예금만기일에 예금을 인출하고 자기앞수표를 발행하도록 누구에게 지시했는지를 물었다. 금융실명 미확인과 관련해 어떤 책임이 있는지, 이번 사건과 관련 다른 의견이 있는지 등도 질문지에 담겼다. 실명제법 위반 내용을 토대로 이를 위반토록 '지시'한 사람을 찾기 위한 질문지였던 셈이다.

라응찬 불똥맞은 금융감독원


◇실무자 오판 때문?=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답변서를 받지 못했다. 당시 검사반장이었던 안종식 금감원 실장(국제금융센터 파견)은 "당시 차명계좌와 관련해 6명의 직원에게 질문지를 발송했지만 확인서는 신한은행에서 제출을 완강히 거부해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차명계좌가 일부 있었다는 정황은 있었지만, 검찰 수사 중이었고 원본서류가 검찰 압수 중이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실상 '위반 내용'까지 적시한 상황에서 답변서 미제출 등의 이유로 검사를 중단할 수 있냐는 데 대해선 의구심이 남는다. 금감원의 '묵인'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다.

일각에선 위반 내용과 질문서 발송 사실 등이 금감원 '윗선'까지 보고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종창 원장은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종합검사가 끝난 뒤 (라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이어서 볼 수 없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안 실장이 질문서까지 보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 결국 실무선의 '판단'이 사태를 키웠다는 얘기다.

◇'신한 사태' 책임 대두= 라 회장은 올해 3월 4연임에 성공했다. 그런데 지난 7일 이뤄진 금감원의 '중징계' 통보가 연임 전 이뤄졌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을 개연성이 있다. 금융지주회사법 상 지주 임원이 새로 선임되면 반드시 적격성 심사를 거쳐야 하는 탓이다. 제재시효의 문제가 있을 순 있지만, 정서상 불가능했을 일이다.

윗선은 보고받지 못했다지만, 금감원은 지난해 5월 실명법 위반 혐의가 짙은 차명계좌를 구체적으로 발견했다. 한 달 여 뒤 검찰은 라 회장 사건을 내사 종결하며, 압수자료를 상당부분 신한은행에 돌려줬다는 전언이다. "검찰이 자료를 주지 않아 검사할 수 없다"는 금감원의 설명을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 보다 적극적인 검사에 나섰다면 중징계 통보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 사태'가 1인자 자리를 놓고 벌인 '이전투구'라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는 만큼 금감원이 그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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