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 성공한 M&A 되려면…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10.10.1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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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마감 D-30 긴급 진단(상)… 경영 능력·비전 꼼꼼히 살펴야

올해 인수·합병(M&A)시장에서 최대 규모로 기록될 현대건설 (30,950원 ▼200 -0.64%)의 인수전 마감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인수전에 뛰어든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물밑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M&A 전문가들은 과거 대우건설 (3,960원 ▼55 -1.37%)이나 대우조선 (32,750원 ▲1,150 +3.64%)해양, 쌍용차 (5,500원 ▼150 -2.65%) 등 실패사례를 들어 현대건설 인수자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인수자 선정기준이 중요한 이유=현대건설이 과거 M&A 실패사례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평가기준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채권단으로서는 인수가격에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 경영능력이나 시너지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수전이 가열되거나 참여자의 인수의지가 강할수록 제안가격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현대건설 인수전은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2파전으로 진행되는 데다 양측 모두 인수의지가 강해 대우건설이나 대우조선해양 매각 때와 비슷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우건설이나 대우조선해양 등이 M&A에서 실패한 이유는 인수의향 기업들의 의지가 지나쳤기 때문"이라며 "인수 성사에 몰입한 나머지 너무 높은 가격을 써내 결국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 매물로 내놓거나 중도에 인수를 포기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의 경우 우선협상자 선정기준 중 가격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67%에 달했고 자금조달계획이나 경영능력, 비전 등의 배점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특히 비가격부문에서 최고점을 받은 기업과 최저점을 받은 기업간 점수차가 0.4점에 불과했다. 인수의지가 강한 기업이 높은 가격만 써내면 인수할 수 있는 구조였다.

재계 관계자는 "가격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면 인수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가격이 올라가면 채권단은 이익을 얻지만 인수한 기업은 지나친 부담으로 정상화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실패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쌍용차의 경우 가장 높은 인수가를 써낸 상하이차가 인수했지만 '기술유출 논란'을 남긴 채 철수했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가격에 높은 점수를 주면 매각가격을 올리는 것은 물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공정성 시비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영능력이나 비전, 시너지효과 같은 비계량적 요소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최근 현대건설의 인수대상자 선정기준과 관련, "가격부문이 3분의2 이상 될 것"이라면서도 "경영비전과 자금조달 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책금융공사는 현대건설 최대주주로 이번 매각작업의 열쇠를 쥐고 있다.



◇건설업계, "경영능력 고려를"=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을 바라보는 건설업계의 시각도 비슷하다. 가격도 중요하지만 현대건설의 '업계 1위' 상징성을 생각할 때 '제대로 경영할 수 있는 곳'이 인수자로 선정돼야 한다는 분위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업계의 역사이자 상징과도 같은 존재"라며 "특히 현대건설의 뛰어난 기술력은 해외업체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토목사업은 물론 발전·화공 플랜트분야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대규모 발주가 예상되는 중동지역에서 탄탄한 기반을 구축한 점도 강점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에 따르면 2015년까지 중동지역 국가의 발주물량은 1조25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높은 가격을 써낸 곳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대우건설과 비슷한 상황이 초래된다면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을 볼 것"이라며 "채권단에서 보다 큰 그림을 보고 현명한 결정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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