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숨진 채 발견, 자연사 추정(종합)

머니투데이 김성현 기자 2010.10.1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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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망명한 황장엽(87) 전 북한노동당 비서가 10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흔적이 없는 것으로 미뤄 황 전 비서가 자연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서울 강남경찰서 안병정 서장은 황 전 비서가 이날 오전 9시30분쯤 서울 논현동 자택 침실 내 욕조 안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고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신변보호팀 직원은 황 전 비서가 이 시간대 평소 자주 이용하던 2층 거실에 모습을 보이지 않자 이를 이상히 여겨 내실을 확인한 결과 황 전 비서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 직원은 "내실 문을 2차례 두드렸으나 인기척이 없어 당직실 비상열쇠로 문을 열고 방안 욕실을 확인해 보니 황 전 비서가 욕조에서 알몸 상태로 앉아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발견 당시 이미 황 전 비서의 호흡이 정지된 상태였고 욕조에 따뜻한 물이 차 있었다며 반신욕 중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 현장감식팀과 검시관, 강남서 감식팀, 서울중앙지검 검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 과장, 서울대 법의학 교수 등이 합동 검안을 실시한 결과 외견상 외력에 의한 상처는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냈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에다 황 전 비서와 함께 잠을 자고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점, 으로 미뤄 현재까지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안 서장은 "자택 외부에는 철책이, 내부에 창살이 전부 설치돼 있었다"며 "신변보호자가 항상 대기하고 있는데다 황 전 비서는 어제도 평소처럼 통상 일과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과거 황 전 비서가 수차례 살해 위협을 받아온 점에 비춰 타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이날 중 국과수에서 부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외부 침입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 신변보호팀의 최초 발견자와 근무자 등을 상대로 수사 중이며 자택 주변 폐쇄회로TV(CCTV) 녹화 자료도 정밀 분석하고 있다.

당 중앙위원과 당 비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내 요직을 두루 거친 황 전 비서는 1997년 망명 뒤 북한 체제를 줄곧 비판해오다 살해 협박을 받아왔다.2006년 12월에는 손도끼와 협박편지가 담긴 우편물이 배달되기도 했으며, 지난 4월에는 황 전 비서를 살해하라는 지령을 받고 북한에서 남파된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소속 간첩 2명이 체포돼 구속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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