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회장, 중징계 받을 실명제 위반은 무엇?

머니투데이 신수영 정진우 기자 2010.10.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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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통장 개설 때 명의자의 신분증 확보 등이 관건

금융감독원이 라응찬 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 (55,500원 ▼1,400 -2.46%)) 회장에 대해 중징계를 통보함에 따라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가 최대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한은행과 라 회장 쪽은 실명제 위반이 없었다는 주장인 반면, 금감원은 중징계를 내릴 정도의 위반을 적발했다는 것이어서 양측은 실체규명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벌이게 됐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라 회장에 대한 징계를 둘러싼 쟁점은 실명제법 위반과 신한 측의 조직적 검사 방해 등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금융감독원은 한 달 가량 진행된 현장조사를 통해 라 회장이 차명계좌 개설 등 실명제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할 만한 사실을 다수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실명제법 위반의 핵심이 명의도용인 만큼 실제 명의를 도용당한 사람이 있고, 현장조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은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통장 개설시 명의자를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복사본을 반드시 확보해 놓아야 한다. 라 회장 측에서 실명제 위반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면 계좌가 만들어 질 당시 정당한 방법으로 개설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통장 주인의 신분증 등 증빙서류가 은행에 있어야 하는데 찾아보니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 라 회장의 차명 계좌가 수 백 개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라 회장이 법을 위반한 단서를 금감원이 찾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라 회장 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다. 신한 측 관계자는 "라응찬 회장이 귀국 후 금감원에 보낼 소명서를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 지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런데 실명제법 위반 논란이 불거진 후 라 회장의 그동안 태도를 감안할 때 라 회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운용됐는지는 상세히 알지 못한다고 해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금감원이 제재심의 과정에서 실명제법 위반으로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징계 수위가 높은 행위자로 보는 것은 과도한 것이고, 고의가 아닌 과실에 가깝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9월 초부터 시작된 금감원의 신한은행 현장조사 때 신한 측의 조직적 검사방해가 있었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금감원은 신한은행이 보존기한이 지나지 않은 전표를 없애는 등 관련 자료를 폐기하고 잘못된 자료를 제출해 신한 측이 고의적으로 검사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신한 측은 조사방해나 자료폐기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관련 절차와 규정에 따라 조사에 임했을 뿐이지 당국의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징계 문제를 놓고 양측 간 입장차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대외적으로 마찰을 빚는 양상으로 전개되진 않을 공산이 크다. 라 회장 측이 조용히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에 임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신한 측이 금감원에 대해 강하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제재 수위만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라 회장이 해외 일정을 축소하고 조속히 귀국한 만큼 적극적으로 소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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