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논란의 대두는 세계경제가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확실히 회복되었음을 의미한다. 2009년초, 세계 경제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경쟁적 환율절하와 보호무역의 유혹을 이겨내는 것이 대공황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필수조건"이라고 역설한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최근 환율전쟁, 즉 경쟁적 환율 절하의 움직임이 보이는데도 대공황이나 더블딥 우려가 크게 대두하지 않는 것은 결국 세계경제의 회복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환율전쟁 논란을 가져온 다른 요소는 일본경제의 부진이다. 엔화 강세는 내수의 장기 침체 하에서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일본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일본이 미국에 앞서 적극적인 양적 완화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엔화 강세가 계속되자 일본 외환당국은 결국 6년반 만에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해 환율전쟁 논란에 본격적으로 기름을 부었다. 특히 일본의 개입이 과거와 달리 선진국 공조가 없는 단독 개입이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했다는 뜻이다.
중국 역시 결국은 위안화의 중장기적인 절상을 유도할 것이다. 지난 6월부터 중국당국은 위안화의 점진적인 절상을 재개했으며, 9월에는 거의 1.5% 정도의 절상을 용인했다. 무엇보다 위안화의 기축통화 진입을 위해서는 절상기조 확립이 필수다. 보유하고 있으면 가치가 하락하는 통화가 기축통화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는 없다. 금융위기 이전 유로화의 위상 제고와 환율 상승 추세가 나타난 것도 우연은 아니다.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에 대한 의미있는 합의가 도출될 것 같지는 않다. G7, G8 등의 다자간 합의구도에서 환율에 대한 합의가 나온 것은 1995년의 신플라자 합의가 마지막이었으며, 이는 그만큼 '환율정책 공조'가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주요 신흥시장국이 추가된 G20에서 공조가 더 어려울 것임은 자명하며, 환율 정책에 대한 과도한 논의가 이제 시작 단계인 G20의 기본 틀을 불안하게 할 위험도 있다. 특정 통화에 대한 명시적 언급 없이 '환율은 경제펀더멘털을 잘 반영하는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식의 교과서적 문구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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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은 어디로 갈 것인가? 2차 양적 완화 발표 이후 달러화 반등이라는 기본 시나리오를 적용할 때 원/달러 환율은 올 연말 1100원 정도에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안화를 필두로 한 아시아권 통화의 절상 기대를 감안할 때 달러화가 선진국 통화 대비 반등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1150원 이상으로 의미있는 상승을 보이기는 어려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