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 은퇴하고 유학준비하는 후인정의 재무설계

머니위크 김성욱 기자 2010.10.22 11:31
글자크기

[머니위크 창간3주년 기획]골드실버/ 고소득 전문직 재무설계

프로배구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스커드 미사일' 후인정 선수.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37세인 후인정 선수는 배구선수로서는 '환갑'이 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6년 현대자동차서비스(현 현대캐피탈)에 입단해 14년째 한팀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현역 배구선수 중 최연장자다. 이제는 젊은 후배 선수들에게 주전자리를 내주고 있지만, 여전히 강력한 스파이크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현재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일반 직장인에 비해 많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운동선수로서의 생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먼 미래를 내다보는 재무설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의 미래 재무설계를 돕기 위해 CFP(국제재무설계사) 자격증을 보유한 지근수 현대해상 재무기획부 과장이 나섰다. 지 과장은 후인정 선수를 직접 만나 선수생활을 은퇴한 후에도 그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꼼꼼하게 재무설계 컨설팅을 해줬다.


◆라이프 사이클 그리기와 필요 금액 계산



후인정 선수는 한살 연하의 배우자, 9살 된 아들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여전히 코트에서 훨훨 날고 있지만, 그도 이제는 선수로서 은퇴를 생각할 나이다.

후 선수는 다음과 같은 인생의 중요한 이벤트가 있다. ▲선수생활 마감 후 본인의 유학 ▲현재 9살인 자녀의 대학 학자금 ▲본인의 노후계획이다. 라이프 사이클을 그려보면 본인의 인생을 전반적으로 볼 수가 있다. 후 선수는 2년 후에 은퇴해 유학을 계획하고 있다.

후인정 선수는 "26년간 배구를 해왔기 때문에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다른 것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선수로 은퇴를 하더라도 계속 코트에 남아 코치, 감독을 하고 싶다"며 "이 때문에 영어공부를 포함해 유학을 생각하고 있다. 배구단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면 자비를 들여서라도 떠날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 아들이 대학교를 마칠 때까지 학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며, 지도자 생활을 거쳐 20년 후인 57세에 은퇴한 후 80세 정도까지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했을 때 후 선수에게 당장 필요한 자금은 유학자금 1억원이다. 그리고 11년 후 아들이 대학교에 입학하는 시점에 1억원의 교육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 또 노후기간을 57∼80세로 가정했을 경우 현재가치로 월 300만원 정도의 노후생활비가 필요하다고 본다면 은퇴시점인 57세에는 15억원(물가상승률 반영) 정도의 은퇴자금이 있어야 한다. 이것을 다 더하면 총 17억원의 목돈이 필요하다.

자녀가 대학교에 입학할 때 후 선수의 나이가 48세이므로 지금부터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때는 지금처럼 수입이 많을지도 의문이거니와 노후준비를 본격적으로 해야 할 시기이므로 여유가 없을 수 있다. 노후자금 15억원이란 돈도 결코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

지근수 과장은 "특히 운동선수는 오랜 시간 동안 현역으로 뛰기 힘들다"며 "따라서 수입이 많은 현역시절에 미래에 대한 계획을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학자금은 안전성 높은 상품으로

후인정 선수의 전체 자산 중 금융상품의 비율은 14% 수준이다.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의 평균비율인 2대 8과 유사하다. 선진국의 경우 금융자산과 부동산의 비율이 비슷한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보인다. 부동산이 전혀 없는 것도 문제지만 비율이 너무 높으면 자산가격 하락 시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금융자산을 은퇴 후 생활비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비중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후 선수가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은 모두 보통예금으로 운용되고 있다. 보통예금은 안전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시중의 보통예금 수익률은 연 0.1% 수준이므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면 실질적으로는 돈의 가치가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비상시에 사용할 자금은 MMF, MMT, CMA와 같은 곳에 일정금액을 맡기고 나머지 금액은 자신이 정한 재무목표에 맞게 자산을 배분해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은 유학자금과 은퇴자금의 종잣돈으로 활용하도록 한다. 유학자금은 2년 후에 필요한 자금이므로 당장 적금식으로 모으기 힘들고, 기간 또한 얼마 남지 않아 안전성을 우선 해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 과장은 정기예금과 스마트형펀드 가입을 권했다.

나머지 금융자산은 은퇴를 위한 목돈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은퇴 시 필요한 자금은 총 15억원이지만 국민연금을 감안하면 11억50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 금융자산 중 일부를 은퇴까지의 남은 기간인 20년 동안 운용한다면 부족한 자금이 상당부분 줄어든다. 주식과 채권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물가연동채권, ELS(원금보존추구형), 주식형펀드(분할매수) 등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부동산이 자산 중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것은 부담이다. 집은 거주의 수단으로 한채를 소유한 후 노후에는 주택연금을 통해 노후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부동산은 향후 시장상황과 금융자산과의 비율을 감안해 비율을 조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보장성보험·연금저축 가입 필수

후인정 선수 가정의 현금흐름은 수입의 60%가 생활비(자녀 교육비 포함)이며 보장성보험 5%, 기타 35%로 구성돼 있다. 예금은 보통예금뿐이어서 실질적인 투자와 저축은 없는 셈이다. 생활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야 한다.

①소비성 지출 줄이기

가처분 소득을 줄이는 가장 큰 주범은 소비성지출이다. 돈을 어떻게 버는가도 중요하지만 번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소비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열심히 벌어도 돈을 모으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한달간의 지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불필요한 지출은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생활비의 비율은 가구마다 다르겠지만 50% 이상을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비는 사전에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 학원을 보내기 이전에 자녀와 충분히 대화를 한 다음 본인이 원하는 진로를 결정하고 가용한 재원을 알려준 후 그에 맞게 계획을 세워 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모 입장에서도 교육비 지출이 과다하면 나중에 있을 은퇴준비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자녀에게 어디까지 뒷바라지가 가능한지를 알려준다면 훨씬 더 자립적인 자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②보장성보험 비중 늘리기

보장성보험 가입은 필수다. 투자계획을 아무리 잘 세우더라도 갑작스런 사고가 발생하면 지금까지 모은 돈을 다 써버릴 수 있고, 대출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장성보험은 단순히 실손보험 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의 사망에 대한 보장,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 등 다양한 담보로 구성된 통합형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화재보험 등과 같은 재물보험, 자동차보험과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배상책임보험도 가입하면 좋다. 현재 수입의 5%인 보장성보험 비중을 10%로 늘릴 필요가 있다.

③저축과 투자 늘리기

저축과 투자 비중을 소득의 35%로 늘리는 것이 좋다. 노후생활 준비를 위한 상품으로 주식형펀드를 권한다. 또한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연금상품은 은퇴준비에 꼭 필요하다. 운동선수의 수입은 사업소득에 해당하므로 연금상품에 가입하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소득공제상품 중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 연금저축이다. 연금저축은 분기마다 300만원 범위 내에서 불입하고 불입기간이 10년 이상 돼야 한다. 계약기간 만료 후 만 55세 이후부터 5년 이상 연금형태로 받게 된다. 그러나 중도에 해약하거나 만기 후 연금 이외의 형태로 지급받을 경우 기타소득으로 보아 소득세를 부과한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후인정 선수는 인창고와 경기대학교를 졸업하고 1996년 현대자동차서비스 배구단(현 프로배구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에 입단했다. 포지션은 라이트. 프로배구 원년인 2005년 정규리그에서 우승하면서 MVP를 수상했다. 2007년에는 프로배구 V리그 올스타에 선정됐다.

☞지근수 과장은 현대해상 자산운용본부 재무기획부 수익증권팀에 근무하며 영업소장을 거쳐 현대해상 재무설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 RFM(일반운용전문인력), FRM(재무위험관리사) 등 증권관련자격증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