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반도체 부진, 경기 둔화 현실화되나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김경환 기자 2010.09.3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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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 꺾인 것은 아니나 제조업 경기 둔화 가능성 배제 못해

미국 등 주요국들의 경기 회복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 소매판매 등이 모두 전월대비 감소세로 돌아서며 국내 경기 둔화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성장속도 둔화를 예측해 온 연구기관들은 경기의 정점이 꺾였다고는 볼 수 없지만 성장의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정부는 경기회복 흐름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리스크 요인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반도체 부진이 지수하락 요인

8월 산업생산 동향에서 가장 눈에 띠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를 견인해 온 자동차, 반도체 등 제조업 분야의 경기둔화 신호다.



광공업 생산은 전년 동월대비로는 14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전월대비로는 보면 업종별로 기계장비, 석유정제 등의 생산은 증가했지만 자동차업종의 부진이 전체 지수를 끌어 내렸다.

생산라인 보수,교체와 수출둔화 등 자동차업종의 생산감소를 제외할 경우 8월 광공업 생산은 오히려 전월대비 0.5% 증가한 수준이다.

자동차 업종은 제조업 평균가동률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제조업가동률은 81.8%로 전월에 비해 3.0%포인트 하락했지만 자동차를 제외할 경우 가동률은 84% 내외로 추정된다.


전년동월대비 재고증가율이 출하증가율을 웃돌고 있는 것 역시 경기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특히 반도체 및 부품의 재고증가율은 전년동월대비 70.8%에 이른다. 반도체 및 부품을 제외하면 출하가 재고를 넘어서는 모양새가 된다.

이는 9월 대기업 업황 BSI가 95를 기록하며 100 밑으로 떨어진 것과 무관치 않다. 자동차와 반도체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체감경기가 악화됐다는 의미다.

다만 설비투자가 반도체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 투자가 증가하면서 전월대비, 전년동월대비 모두 증가해 경기둔화라고 단정짓는 것을 주저하게 한다.

경기회복세 지금처럼 유지되기 어렵다

내년도 한국경제 성장률을 5%로 내다 본 정부와 달리 3% 후반-4% 초반대를 예상한 연구기관들은 경기가 꺾였다고는 볼 수 없지만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3.8%를 전망했던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경기사이클상으로 정점이 지났다고는 판단하기 힘들지만 지금과 같은 회복세가 상당기간 유지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경기선행지수가 8개월째 하락했고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떨어졌는데 통상 선행지수가 장기간 전월대비로 마이너스로 간다는 것은 회복속도 둔화가 오래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흐름으로 볼 때 한국경제를 빠르게 성장시켰던 재정 지출효과, 중국의 고성장, 정보기술(IT) 붐 중 정부 재정효과와 IT붐 영향은 빠르게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수출과 생산에 크게 기여했던 자동차와 IT 분야의 경기 둔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선행지수와 동행지수 꺾인 것을 보면 경기 둔화 국면이 상당히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4.4%를 예상했던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성장속도가 둔화되고 있지만 설비투자가 증가한 점을 볼 때 아직까지 경기가 꺾였다고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IT와 자동차 산업 둔화를 우려하지만 빨리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자동차도 완성차는 둔화되고 있지만 부품 산업은 오히려 호황”이라고 말했다.

또 경기선행지수나 동행지수는 사후적으로 과거의 경기순환을 측정한 것이라며 선행지수가 지금처럼 계속 하락하면 주가가 떨어져야하는데 오히려 오르고 있어 지표의 정합성 등 점검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중을 많이 두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고가 빠르게 늘고 출하는 줄었지만 8월 통계에 휴가철과 추석 연휴가 반영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며 일시적 둔화를 전체 상황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 리스크 요인에 점검하겠다

정부는 경기가 확장국면에서 일시적 조정에 들어간 것일 뿐 흐름이 바뀐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자동차 생산에서 불규칙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등 일회적 변수가 있어 향후 국면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규돈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8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전월차가 마이너스(-0.1)로 돌아섰지만 경기순환상 확장국면에서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2009년 12월에도 마이너스였지만 올 1월에 플러스로 반전된 사례가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더블딥 우려보다는 세계 경제의 성장 속도가 느리지만 회복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보편적인 시각이며 국내 경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기저효과로 올해보다 낮지만 5% 정도는 무난히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그러나 세계경제의 성장률 둔화, 환율 불안에 따른 자본 유출입 확대, 유럽 재정위기 등 3대 리스크 요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재정부는 주요국의 경기회복세 둔화, 국제원자재 가격의 변동성 등 대외 리스크 요인에 대해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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