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담당 MD 수난시대, "金배추 찾아 삼만리"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10.09.2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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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강원·전라 다녀도 물량 못맞춰… '배추 파장' 커지자 배춧값 인상방침 철회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이 지난 28일 '물가안정 초특가전'을 열고 배추와 채소류를 싸게 팔자 소비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배추 3개들이 1망에 9000원, 대파는 1단에 2000원, 무는 1개에 1000원에 판매되며, 오는 30일까지 행사가 계속된다. 단, 상품별로 매일 200개씩 한정 판매하며 1인당 1망 또는 1개씩만 구입 가능하다.<br>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이 지난 28일 '물가안정 초특가전'을 열고 배추와 채소류를 싸게 팔자 소비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배추 3개들이 1망에 9000원, 대파는 1단에 2000원, 무는 1개에 1000원에 판매되며, 오는 30일까지 행사가 계속된다. 단, 상품별로 매일 200개씩 한정 판매하며 1인당 1망 또는 1개씩만 구입 가능하다.


#1. 김동현 이마트 배추 MD(머천다이저)는 29일 온종일 강원도 삼척과 전라도 담양 일대의 배추 산지를 누볐다. 배추 값이 너무 올라 발주량을 절반 이하로 줄였는데도 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점포별로 하루 배추 공급량은 30통 수준으로 떨어졌다.

#2. 김경영 홈플러스 채소팀 MD는 올해 김장용 배추 200만통을 공급하기로 하고 지난 8월 말 산지에서 계약까지 마쳤지만, 배추 수급이 무너지면서 50만 통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계약 당시 한 통에 2.5kg이상 무게가 나가는 배추의 가격을 1400원 수준으로 내다봤지만, 이젠 어림도 없는 가격이 됐다.



배추가격이 포기당 1만원을 넘어서 소위 '금(金)배추'로 불리면서 대형마트 배추담당 바이어(MD)들의 수난기가 이어지고 있다. 매일 산지로 달려가 물량을 확보하고 수급 현황을 파악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의 배추 한 통 가격은 27일 1만3800원으로 하룻새 수천원이 올랐다가 28일에는 1만1600원, 29일에는 8800원으로 다시 떨어졌다. 변동 폭이 만만치 않은데 얼핏 가격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배추 품질등급이 달라 품질에 맞게 가격을 조정한 것뿐이다.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 관계자는 "원래 그날 올라오는 배추가 특품이냐 상품이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며 "물량이 많지 않은데 산지 도매가격이 매일 바뀌니 더 종잡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널뛰는 가격보다 MD들을 당황케 하는 것은 김장철 배추 수요에 맞게 물량을 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김장철에는 평소보다 배추수요가 20~30배 늘어난다. 하지만 강원도는 물론이고 김장 시즌에 배추를 공급하는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의 배추 작황도 좋지 않긴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배추 시세가 불안해지자 29일 대형마트들은 배추가격 인상 방침을 철회하거나 기존 판매가격보다 오히려 낮췄다. 이마트는 당초 이날부터 한통에 1만1500원에 판매하려던 배추를 기존의 6450원으로 유지했다. 롯데마트는 9800원에서 1000원을 낮춰 8800원에 팔고 있다. 홈플러스도 한통에 7980원으로 가격을 유지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물가인상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역할을 해야한다는 판단에 따라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며 "산지가격에 물류비만 얹어 팔고있지만 어차피 배추가 비싸지면서 찾는 소비자가 많지 않아 큰 손해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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