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닫힌 방에서 선풍기 틀고 자면 어떤 일이?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2010.08.1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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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과학상식]'선풍기 사망설'의 진위

여름이 되면 '닫힌 방안에서 밤새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던 사람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기사나 이야기를 가끔 듣게 된다. 또 문을 닫고 선풍기를 틀어 놓고 있으면 위험하다며 문을 열거나 선풍기를 끄라고 하는 어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질식사나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아니오'다. "선풍기를 켜놓고 자면 죽을 수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켜놓고 자다 질식해 숨졌다", "오랫동안 선풍기 바람을 몸에 쐬어 저체온증으로 숨졌다"는 이야기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선 '저체온증'부터 살펴보자. 저체온증은 체온이 35˚C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특히 죽음에 이르기 위해서는 체온이 27~28˚C까지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밤새 선풍기를 쐬면서 잔다고 해도 하루 밤 사이 체온이 이정도까지 떨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의사들은 입을 모은다.



"얼굴에 오랫동안 선풍기 바람을 쐬어 진공상태가 돼 호흡할 때 산소공급이 원활치 않아 사망했다"는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선풍기 바람 정도로 사람이 질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극도의 만취 상태나 기절 상태가 아니라면 산소가 부족할 경우 무의식적으로 몸을 뒤척여 자는 방향을 바꾸거나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고 한다. 만약 선풍기 바람에 질식할 정도라면 헬멧없이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은 거의 호흡곤란이나 질식사를 당해야 한다.

밀폐된 방에 선풍기를 오래 켜두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간다는 설도 있지만 이도 근거가 희박하다. 선풍기는 바람을 일으키는 기구일 뿐 공기의 화학적 성질이나 농도를 바꿀 수 있는 장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풍기 사망설'이 우리 사회 일각에서 계속 떠돌다 보니,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는 이를 '한국인들이 믿는 잘못된 미신'이라고 소개까지 될 정도다.


그렇다면 선풍기가 켜져 있는 상태에서 숨진 사람들의 정확한 사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오비이락'이라고 한다. 심장병이나 뇌질환·부정맥 등이 있는 상태에서 야간이나 새벽에 사망한 경우, 우연히 방 안에 선풍기가 켜 져 있으면 그걸 선풍기 때문이라고 지레짐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풍기를 오래 쐬면 호흡기가 건조해져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요즘같은 무더위에 밤낮 선풍기를 틀어놓다 보면 과열로 인한 화재 사고 위험도 커진다. 즉 '선풍기 사망설'은 근거없는 이야기지만, 밤새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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