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매출 MOU 공시가 사라진 이유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10.05.3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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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구속력 없는 공시로 투자자 피해 발행 가능성 차단

#풍력 단조 업체 유니슨 (803원 ▼175 -17.89%)은 지난달 경남 의령군과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소식은 공시되지 않고 지자체에 의해 외부로 알려졌다. 3월에도 한국농어촌공사가 충남 서해안 지역 방조제 6곳에 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유니슨 등과 타당성 조사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는 소식도 같은 경로로 외부에 전해졌다.

#유아이에너지 (0원 %)는 지난해 9월 멕시코만 갈베스톤 광구에서 천연가스를 생산, 판매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때 최규선 회장은 매월 10억원 이상 매출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올 1분기 유아이에너지 매출은 5억원이었다. 물론 공시를 거치지 않았다.



이처럼 코스닥 기업들의 MOU 등 매출과 관련한 내용이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알려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거래소가 매출로 연결될 가능성이 확실해 보인다는 판단이 설 때까지 완벽한 자료와 근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하면서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거래소가 상장폐지 실질심사 제도를 부쩍 강화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제도적 보완을 한 건 아니지만 시장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원칙 아래서 호재성 공시일수록 사실성을 집중 확인한다.



느슨했던 공정공시 기준을 바싹 조이기 시작한 건 올초부터다.
한국거래소 공시제도총괄팀 서종남 팀장은 "MOU는 공시의무가 없지만 기업 입장에서 호재성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공시를 남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어차피 MOU란 가계약의 성격이어서 본 계약이 안돼도 거래소가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체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연간 계약' 같은 포괄적 계약은 공시를 했을 때 투자자는 실현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워 공시를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조치한다"고 덧붙였다.

MOU 체결로 주가를 띄우고 계약이 실행되지 않아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온다.


실제로 한 에너지 관련 기업은 지난해 하반기 중국에 수조원대 기자재를 공급하는 MOU를 체결했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주가도 요동쳤다. 이 기업 주가는 MOU를 발표한 달에 70% 가까이 폭등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본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주가는 예전 수준 이하로 꺾였다. 시장의 신뢰를 잃은 대가인 셈이다.

애초부터 거래소의 문을 두드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만약 거래소가 유아이에너지의 '월 매출 10억원' 공시를 허락했다고 가정하면 훗날 유아이에너지의 해당 업무 담당자는 거래소로부터 제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실현되지 않은 '허위 공시'로 판명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 공시를 내기보다는 일방적 주장을 담은 자료를 배포하기도 한다.

기업들의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과 소통의 장이 돼야 할 공시가 거래소의 높은 문턱 때문에 차단돼 회사와 주주가 똑같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코스닥 기업 관계자는 "해외 거래선과 적기 생산을 조건으로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했을 때 이같은 내용을 시장에 알리지 못하면 투자 자금 모집을 위한 증자가 어렵게 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가 먼저라는 거래소의 입장은 확고하다.

서 팀장은 "시장의 신뢰를 중시 여기는 대기업들은 좀처럼 공시를 남발하지 않는다"며 "공시 제도를 우습게보고 허황된 공시로 시장을 교란했을 때 과정과 결과에 따라 상장폐지 같은 극단적 조치도 내릴 수 있다는 게 거래소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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