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대형 개발사업 흔들…'공격 수주의 덫'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0.05.13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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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곳 3조5000억 대형부동산개발사업 '지지부진'


- 4곳 3조5000억 대형개발사업 '지지부진'
- '사업 장기공전' 지역경제에도 악영향


태영건설 (2,310원 ▲10 +0.43%)이 2006년부터 전략적으로 수주한 대형 부동산개발 프로젝트들이 수익성 악화와 사업 지연으로 오히려 기업 스스로 건전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장기간 사업 지연에 따라 해당 지역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경주역세권 개발사업, 창원39사단 이전사업, 광명역세권 개발사업, 전주35사단 이전사업 등이 대표 프로젝트들로 애초 사업성이 없어 다른 건설사들은 거들떠보지 않던 사업을 태영건설이 사실상 단독으로 수주했다.



대부분 프로젝트가 사업자로 선정된 지 2~5년이 지나도록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일부 사업은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이 탈퇴할 조짐도 보여 최악의 경우 사업리스크를 태영건설이 모두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이 없다"
지난 3월 말 태영건설을 대표사로 한 ㈜유니시티는 창원39사단 이전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재무적투자자(FI)들이 신용을 보강할 대형건설사를 추가 모집할 것을 태영건설에 요구하면서 협약 체결이 지연되고 있다.



유일하게 10대 대형건설사로 사업에 참여한 대우건설도 신용등급이 우수한 대형건설사가 합류하는 것을 조건으로 컨소시엄에 참여, 최악의 경우 대형건설사는 태영건설이 유일할 전망이다.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창원시 소포·동촌리 일대 500만㎡에 군부대시설을 건설해 기부채납하고 이전 부지에 6500가구의 공동주택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신경주역세권 개발사업도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신경주역세권은 민간사업자가 토지보상과 택지개발을 모두 수행한 뒤 용지를 매각하거나 자체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2008년 초 태영건설을 대표사로 하는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돼 신경주지역개발㈜을 설립했지만 첫삽도 뜨지 못한 상태다. 지역종합개발지구가 지정돼야 사업을 시작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지구 지정을 위한 용역을 실시 중이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부동산업계는 태영건설이 수의계약으로 수주를 추진하다 공개모집이 불가피하자 사업자 선정을 서두르면서 이같은 공전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현재 특수목적회사(SPC)에 자본금 50억원을 출자한 채 2년째 개발회사만 운영 중이다.

이 사업은 경주시 건천읍 화천리 343만8000㎡에 상업·업무·주거·문화·호텔시설을 건립하는 것으로 1단계는 2015년까지 99만㎡에 2600억원, 나머지 2단계 사업에 3400억원을 투입한다.

광명역세권 개발사업은 5년째 사업 진척 없이 자산관리회사(AMC)만 운영해온 이해하기 어려운 사례로 꼽힌다. 광명역세권 개발사업은 73만㎡ 부지에 사업비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66만㎡, 최고 지상 59층의 대규모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2006년 5월 태영건설을 대표사로 한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돼 10월 ㈜엠사이어티개발을 설립했지만 '상업 대 주거비율'이 6대4인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사업성이 급락하면서 장기 공전상태에 빠졌다. 전체 자본금 750억원 중 510억원만 납부한 상태며 태영건설 지분은 22%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을 위해 주거비율을 높이기로 하자 최근에야 사업계획 변경을 추진 중이다. LH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가 불가항력이 될 수는 있지만 지난 5년 동안 무조건 사업을 연기만 해온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북 전주시 송천동의 35사단 부지를 2011년까지 임실군 임실읍 대곡리로 옮기고 송천동 부지를 4000여가구의 초고층아파트와 상업·공공시설을 갖춘 에코타운으로 개발하는 총 사업비 6800억원 규모의 35사단 이전사업도 장기 지연 중이다.

2007년 태영건설(40%)을 대표사로 한 ㈜에코시티가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이 절차상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원고인 주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부대 이전이 잠정 중단됐다.
태영건설, 대형 개발사업 흔들…'공격 수주의 덫'


◇지역발전 활성화 저해 및 과다 지급보증 우려
부동산업계는 태영건설이 수주한 대형 개발사업들이 이처럼 장기 공전상태에 빠짐에 따라 지역발전 활성화에 저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광명역세권 개발사업은 광명역세권 택지지구의 아파트 입주에 맞춰 중심상업시설을 체계적으로 통합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주거시설은 입주를 앞뒀지만 사업 공전으로 상업시설은 주거시설 입주 이후 한참 뒤에나 활성화될 전망이다.

신경주역세권 개발사업도 오는 11월 KTX 2단계 개통을 앞뒀지만 신경주역세권 개발이 지연되면서 역 주변은 공터로 남을 공산이 크다. 여기에 KTX로 서울-포항 직결노선이 생긴 것도 사업성 악화 원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당초 서울에서 포항을 가려면 신경주역에서 환승해야 했지만 동해남부선을 활용한 직결노선이 뚫려 환승수요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특히 개발사업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태영건설의 지급보증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실제 창원39사단 이전사업은 사업성 악화와 대형건설사들의 참여 거부로 사실상 사업비 7500억원에 대한 지급보증을 태영건설이 도맡을 가능성이 높다.

광명역세권 개발사업도 사업계획 변경이 가능해져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사업비 1조5000억원에 대한 지급보증 문제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내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이 적용되면서 각 건설사가 지급보증을 피하는 상황에서 태영건설은 대표사로서 사업을 추진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대부분의 업체들이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사업을 공격적으로 수주한 것이 화근"이라며 "최근 바뀐 부동산 시장 및 금융 여건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지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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