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함정에서 벗어나라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2010.04.2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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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성공습관>과거의 경험만큼 남의 조언도 중요하다

경험은 약이 되지만 독도 된다. 경험한 것이 쌓이면 노하우가 된다. 하지만 경험에 의존하면 선입견을 키운다. 자신이 한 경험에 지배를 받기는 쉽다.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한 것이 절대적 진실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시대는 빨리 바뀐다. 트렌드도 바뀌고, 소비자도 바뀌고, 시장도 바뀐다. 이렇게 빨리 바뀌는 시기에는 경험이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위기를 초래하는 일이다. 시장과 소비자는 앞서가는데, 기업만 과거의 경험에 빠져서 새로운 방식에 대응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보면 잘 보이는 것도 막상 내부에선 잘 안보인다. 내부에선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어려운데다, 자신들이 가진 놀랍고 대단한 성과에서 나온 경험이란 것을 부정하기론 생각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요즘 삼성이 애플의 선전에 자극을 받았나 보다. 스스로 위기를 얘기하면서 애플 타도를 외치기도 한다. 그런데 쉽지는 않을 거 같다. 바로 경험 때문이다. 삼성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가만보면 경험의 함정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삼성은 제조인데, 당연히 제조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거 아닌가. 더 좋은 핸드폰을 출시하면 아이팟의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에 대한 에너지를 쏟고 여력이 남으면 할 수 있는 것이지, 삼성은 하드웨어 제조가 핵심'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들린다. 사실 삼성은 세계적으로도 대표적인 전자제조회사다. 자신들의 경험이자 기반이 바로 그들의 관점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경험의 함정에 빠져있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에선 뒤쳐지기 쉽다. 특정 기업 뿐 아니라 모든 기업, 모든 비즈니스가 다 마찬가지다.

이미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종말을 선언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동산 매물의 호가는 높다. 수년동안 급속도로 오른 가격선에서 조금 내린 수준에 불과하다. 집은 가진 사람들이나, 부동산중개를 하는 사람들이나 그들의 경험 속에선 여전히 부동산은 오르는 건데, 지금 잠시 이러는것 뿐이란 생각이다. 그들의 경험을 스스로 부정하기 어렵다. 부동산이 계속 오르는 것을 수십년간 경험했는데, 자신의 눈으로 그걸 봤고 자신의 손에 막대한 시세차익을 봐왔었는데 그걸 잊어버릴 순 없다. 수많은 연구소나 전문가들이 부동산의 대세하락을 얘기했지만, 여전히 지금이 일시적 조정이라 여기고 조금 싸진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사람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과거에 부동산 조정시기에 투자했다가 이익본 경험을 믿어서다. 하지만 투자하려는 사람은 과거의 그사람과 동일하겠지만, 수요자들은 과거와 달라졌고 베이비부머들의 본격적 퇴진과 젊은 세대들의 부동산 소유에 대한 무관심 등 사회적 환경은 크게 바뀌었다. 과거의 경험이 유효할 수 있는 상황이 분명 아닌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 속에서 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꽤 많다. 경험 때문에 이익봤던 사람들이 경험의 함정에 빠져 손실을 볼 일이 생기게되는 것이다.



주식투자에서도 경험의 함정이 존재한다. 주식을 산 사람들은 주가가 내려도 쉽게 못판다. 특히 아마추어 투자자들에겐 손절매라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본전 생각이 나서 계속 기다리기만 한다. 언젠가 오르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더 큰 손해를 자초한다. 그들은 누군가가 주식을 사서 대박을 낸 이야기를 간접 경험으로 굳게 믿고 있어서다. 그런데 그 경험이 한번 무너지고 주식이 폭락할거란 새로운 경험을 믿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투매를 한다.

대개 크게 손해보는 사람들은 처음에 한번 이익을 본 사람들이 많다. 처음에 이익본 경험이 욕심을 부리게 만드는 것이고, 경험의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한다. 경험이 노하우가 되게 하려면, 늘 새로운 변화에 민감하게 객관적인 시선으로 살필줄 알아야 한다.

모든 비즈니스와 모든 투자라는 것은 시대와 트렌드, 소비자,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미 시대와 트렌드, 소비자, 시장이 바뀌고 있는데 과거의 경험만 부여잡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자.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남의 얘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는거다. 특히 비즈니스에선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거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은 경험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당신이 가진 수많은 경험들 중에서 이제 폐기해야할 과거의 유물이 있는지도 점검해봐야 한다. 경험이 노하우가 되지 못하고, 경험이 함정이 되서는 곤란하지 않겠나. 나를 버린다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경험에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나를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버려야 얻는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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