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양 천안함 함수 '처참'… "깨지고 부서지고"

백령도(인천)=류철호 기자 2010.04.2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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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단면 역C자 모양 갈기갈기 찢겨져‥박성균 하사 시신 발견

침몰 29일 만에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천안함'의 함수는 여기저기 흠집투성인데다 구조물 대부분이 깨지고 부서져 그야말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절단면은 함미와 마찬가지로 찢어진 종잇장처럼 너덜너덜했고 오른쪽 표면이 심하게 부식돼 흉물스럽기까지 했다.

함수가 인양된 24일 백령도 인근 천안함 침몰해역. 오후 12시21분쯤 취재진들을 태우고 백령도 용기포항을 출발한 옹진군청 행정지도선 '인천526호'가 10여분 만에 함수 인양현장 부근에 도착하자 3000t급 바지선인 '현대오션킹15001호'에 실려 있는 함수가 시야에 들어왔다.



거치대 위에 놓인 함수에는 인양체인 4개가 걸려 있었고 30여명의 군 관계자와 인양업체 직원들은 함체를 고정시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바지선과 크레인선 주변 해상에서는 해양경찰청 소속 방제선이 바다 위에 물을 뿌리며 방제작업에 한창이었고 해군 해난구조대(SSU) 및 특수전여단(UDT) 요원들을 태운 고속단정(RIB)과 고무보트(IBS) 10여대가 유실물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지도선이 점차 바지선에 가까워지자 정면으로 천안함의 선수 부분이 보였다. 함수의 앞모습은 침몰된 군함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멀쩡했고 앞부분 바닥에 부착된 고정형 '소나(음탐장비)'도 원래 모습 그대로였다. 선수 좌우 측면에는 천안함 고유 식별번호인 '772'란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고 함교 유리창도 대부분 온전했다.



배가 선수를 중심으로 해 시계방향으로 돌자 함정의 우현 옆모습이 보였다. 표면은 페인트가 벗겨진 채 심하게 녹슬어 있었고 식별번호 아랫부분은 외부충격을 받은 듯 움푹 들어가 있었다. 절단면은 역C자 모양으로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고 윗부분보다 바닥 쪽의 손상 정도가 더 심해 보였다. 함수 뒤에는 전날 함미 침몰해역에서 인양된 연돌이 놓여 있었다. 연돌은 함미에서 떨어져 나갈 당시의 상황을 짐작케 하듯 크게 부서져 있었고 밑 부분은 벗겨진 바나나 껍질 모양이었다.

함수 뒷부분 쪽으로 뱃머리를 돌리자 녹색 그물망으로 촘촘히 둘러싸인 절단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함수 절단면도 함미처럼 가운데 윗부분이 뾰족하게 위로 솟구쳐 날카로운 칼날을 연상케 했고 함교 뒤편의 상단부가 사선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이미 알려진 대로 항해등과 사격통제레이더 등이 달린 마스트는 온데간데없었고 해치(출입문)도 고리가 떨어진 채 넘어져 있었다. 절단면 앞에서는 10여명의 민군합동조사단 관계자들이 사진을 촬영하며 절단면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함수의 좌현 부분은 비교적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아래쪽에서 뭔가 큰 충격이 있었던 듯 절단면 밑 부분이 C자 형태로 비스듬히 찢겨 있었다. 주갑판 위의 40mm 부포는 함미 쪽으로 180도가량 돌아 포신이 함교 쪽을 향하고 있었고 뒷부분이 심하게 파손돼 있었다. 하지만 72㎜ 주포와 함교 상단부에 있는 전자광학추적장치(EOTS), 적 유도탄 회피 장치인 채프발사대는 온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편 이날 인양된 천안함 함수에서는 40번째 희생자인 고(故) 박성균 하사의 시신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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