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랜' 골드만의 영광… 사기의 재구성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0.04.2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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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실적, 고주파 거래·CDO 사기·그리스CDS 거래로 퇴색

포스트 금융위기의 위너로 손꼽히던 골드만삭스의 '금빛 위용'은 한낱 신기루에 불과했나?

지난해 골드만삭스가 보여준 실적은 141년 회사 역사상 가장 두드러졌다. 고액 거래 유치경쟁에서 전통의 강자 JP모간체이스를 누르고 글로벌 1위로 올라서는 한편 지난해 2분기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에 이어 4분기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분기 순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혹독한 위기에 뒤따른 파죽지세의 성장세라 더욱 빛났다.

전문가들은 원인에 주목했다. 뚝심있는 리스크 관리, 스피드가 강조된 브로커리지 등이 거론됐으며 혹자는 골드만삭스 특유의 보수성이 위험투자 회피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 '고객의 이해를 우선하고 장기적 이익을 중요시한다'는 회사 모토는 이러한 골드만삭스의 장점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듯 보였다.



하지만 사기혐의로 법의 심판을 눈앞에 둔 현재 '장기적 이익'과 '고객의 이해'는 골드만삭스의 최대 가치가 아니였음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위기 뒤 잇따른 월가의 불감증 스캔들마다 골드만삭스의 이름은 예외없이 희자됐다. 모두가 윤리적 결함보다 '어닝 서프라이즈'에 주목할 때 '골드만 사기 사태'는 이미 잉태돼 있던 셈이다.

시간은 금융위기 발생 전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골드만삭스는 2006년~2007년 사이 모기지 담보대출 증권의 부도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AIG 보험에 가입했다. 총 60억달러 규모였다. 이후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로 골드만삭스는 모기지 담보대출 증권 투자에 대한 손실을 입었고 급기야 2008년에는 AIG에 20억달러의 손실보전을 해줄 것을 종용했다.

이후 AIG는 유동성 고갈로 파산하며 미 금융위기를 심화시켰다. 골드만삭스가 AIG의 파산과 미 금융위기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어 '떼돈'을 벌게해주는 '고주파 거래(HFT·High Frequency Trading)'가 문제시됐다.


고주파 거래는 고성능 컴퓨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 수백만건의 거래를 일순간에 처리하는 거래 방법이다. 보통 주식 매수 주문이 시장에 도달하기까지 0.3초가 걸리는데, HFT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0.03초 안에 이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 고성능 컴퓨터를 구비할 수 없는 일반 투자자들은 이 때문에 상대적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미 지난해 9월 HFT를 금지키로 잠정 결정한 상태다. 전 세계 고주파 거래의 20%를 점유한 골드만삭스의 거래 공정성이 문제시됐기 때문이다.



2010년 벽두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던진 그리스 국가채무 사태의 배후에도 골드만삭스는 등장한다. 그리스와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투자를 틔워 이미 위기의 빨간등이 켜진 그리스가 손쉽게 자금을 구할 수 있도록 해 재정적자를 심화시키는 동시에 그리스의 국가부도에 베팅, 거액의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이다. 유럽연합(EU)은 이와 관련해 이미 골드만삭스를 조사하고 있다.

SEC가 골드만삭스를 사기혐의로 제소한 지난 16일, 시간은 다시 금융위기 발생 전야로 돌아간다. 골드만삭스 사기의 핵심 금융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은 2006년~2007 부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 AIG에 보험을 들었던 바로 그 상품이다.

AIG도 현재 골드만삭스를 사기 혐의로 제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전부터 내재된 도덕적 불감증이 결국 위기 후 최고의 실적을 올린 골드만삭스의 저력마저 무의미하게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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