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자연사냐, 기사회생이냐'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10.04.1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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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태 추이, 6·2지방선거 결과가 최대 변수

세종시 문제가 중요한 기로를 맞이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 등으로 정부와 여당의 추진동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이제 자연사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 부처의 일부 이전 등을 담은 타협안(재수정안)으로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어떠한가에 달려 있다"고 한 친이(친이명박)계 의원은 19일 말했다. 일단 대통령의 의지에서 변화 조짐은 없다. 정부는 세종시 개정안을 국회에 넘긴 상태로, 여당에 빠른 처리를 재촉하고 있다.



◇'자연사' 가능성은=세종시 중진협의체는 활동 40여 일만에 빈손으로 돌아섰다. 경험 많은 중진의원들도 복합방정식처럼 꼬인 세종시 앞에서 혀를 내둘렀다. 협의체 소속 한 중진의원은 "친이, 친박(친박근혜) 간 입장이 너무 달라 논의의 기본조차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결국 친이직계 정두언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최종 결론을 내야 한다"며 시간을 되돌렸다. 하지만 이는 기대일 뿐이다. 협의체 구성 이전에 친이, 친박은 가히 '세종시 대전'이라 불릴 정도로 당내 분열양상을 빚었다. 당론변경을 다시 추진해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비관론이 앞선다.



친박 수장인 박근혜 전 대표는 최근 모교인 서강대에서 정치학 명예박사를 받은 후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정치도, 경제도, 국민통합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또다시 쇄기를 박았다.

여당 안에서는 천안함 사태의 원인규명 및 수습, 임박한 6·2지방선거 등 빡빡한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전선을 최대한 좁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세종시 문제는 6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전망이다. 이때 지방선거 결과는 세종시 추진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는 게 여당내 관측이다. 야당의 승리로 결론이 난다면 세종시 문제는 장기공전 국면에 접어들고 서서히 자연사의 운명을 걸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현 정권에서는 새로운 동력을 얻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설사 지방선거에서 신승, 또는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친다해도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친박을 설득하고 야당의 배수진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사회생의 길은=기사회생은 친이와 친박간 대타협 또는 친박의 암묵적인 동의를 전제로 한다. 원안과 수정안 사이의 넓은 간격을 좁히는 재수정안을 만들고 이를 당론으로 채택하는 길이다.

여당 안에서는 지방선거 참패시 당내 역학구도에서 극단적인 갈림길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켠에선 야당의 득세에 맞서 집안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양 계파간 타협의 결과로 재수정안이 등장할 수 있다는, 옅은 기대감의 배경이다.

반면 지방선거 참패시 친박 쪽에서 선거패배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며 당권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오는 6월말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당 대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 대비해야 하는 만큼 매우 중요한 역할을 쥐게 된다.

민주당 등 야당은 지방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세종시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을 전망이다. "굳이 관철하려면 예전처럼 힘으로 밟고 가야 하겠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변함없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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