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인양이다" 막바지 인양작업 한창

백령도(인천)=류철호 기자 2010.04.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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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인양 '초읽기' 들어간 함미 인양작업 현장

"이제 인양만이 남았다" '천안함' 침몰 20일째인 14일 오후 백령도 연안 사고해역. 하늘은 온통 잿빛 구름으로 뒤덮이고 칼바람은 자연스레 옷깃을 여미게 만들 정도로 여전히 매서웠지만 물결은 생각보다 잔잔했다.

지난 12일 기상 악화로 인양작업을 벌이던 선박 대부분이 피항해 썰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던 사고해역에는 인양선박과 군 함정들이 모두 복귀해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오후 3시쯤 옹진군청 행정지도선 '인천517호'를 타고 백령도 용기포항을 출발해 10여분 만에 도착한 함수 침몰해역에는 3600t급 민간 크레인 '대우3600호'와 작업바지선 '중앙호'가 작업을 중단한 채 바다 위에 쓸쓸히 떠 있었다.

몇 일전만 해도 갑판 위에서 분주히 움직이던 인양업체 관계자들은 온데간데없었고 H자로 우뚝 솟은 크레인 지지대와 4가닥의 인양체인을 힘없이 바다 위로 길게 늘어뜨린 붐대 만이 덩그렇게 서 있었다.



함수 침몰해역을 지나 15분여가량 물살을 가르자 함미 침몰해역에서 인양작업을 벌이고 있는 2200t급 '삼아2200호'가 시야에 들어왔다. 삼아2200호 좌우로는 실종자 가족들이 탑승해 있는 '독도함'과 '광양함'이 정박해 있었다.

삼아2200호와 함미 인양작업을 지원하고 있는 작업바지선 '유성호'에서는 함수 쪽과는 달리 20여명의 인양업체 관계자들이 막바지 인양작업으로 그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함미를 끌어올릴 50m가량의 인양체인 3개는 금방이라도 함체를 건져낼 기세로 바닷속으로 들어가 팽팽하게 고정돼 있었다.

해군 진해교육사령부 소속 한민수 대위는 "현재 세 번째 인양체인을 연결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며 "곧 체인 연결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함미 침몰해역을 돌아 지도선이 다시 굉음과 함께 하얀 포말을 뿜어내며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하늘에서는 환한 태양이 구름 사이로 살며시 고개를 내밀었고 시커멓기만 하던 바다는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거렸다.

돌아오는 길에 중화동포구 앞 해상을 보니 해병대원을 너댓명씩 태운 10여대의 고무보트가 사고해역 주변을 분주히 맴돌며 부유물 수색작업에 한창이었다. 한 대위는 "해병대원들은 부채꼴 모양으로 사고해역을 돌며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눈을 북쪽으로 돌리자 북한 땅인 장산곶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고 문득 '북한 땅이 저렇게 가까웠나'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한 대위는 "백령도에서 북한까지는 여객선으로 20∼30분 거리밖에 안 된다"며 "그만큼(거리가 가까운 만큼) 백령도 인근에서 복무 중인 군 장병들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해군본부 김진영 소령은 작업 진척 상황을 묻자 "아마 해가 지기 전에 인양체인 결색 작업이 완료되고 내일이면 함미를 건져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야에서 멀어져가는 사고해역을 바라보며 천안함 실종 장병들이 한시라도 빨리 따뜻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길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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