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가난할수록 비만하다

윤장봉 대한비만체형학회 공보이사 2010.04.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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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가난할수록 비만하다


많은 의사들이 의료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봉사에 뜻은 많지만 사실 '비만'을 전공하고 있는 의사로서 생각 외로 활동할 봉사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의료 봉사가 노인성 질환이나 치과진료, 내과적 질환 등이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와중에 제가 활동하는 학회가 '푸르메재단'에서 협조 요청을 받아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푸르메재단은 정신적, 육체적 장애를 가진 분들을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봉사단체입니다. 장애를 가진 분들 중 많은 분들이 비만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므로 학회 차원의 의학적 협조를 해드리기로 하고 이미 2년 정도 협조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푸르메재단에서 선별해 주신 분들에게 학회 회원 분들 중 뜻이 있으신 병원과 연계를 해드려서 무료 진료를 해드리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최근 저희 병원에도 푸르메 재단에서 소개한 40대 여성분을 진료해드리고 있습니다.

언제 부터인가 세상이 변화되면서 체형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놀이 중에 '비석치기'라는 놀이가 있었습니다. 동글납작한 돌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놀이였었죠. 멀리 세워놓고 던져서 상대방 돌을 맞추는 단순한 단계부터 점점 복잡해지면 머리에 돌을 이고 가서 '인사'라고 해서 고개를 숙여서 맞추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방 돌을 맞추는 놀이였습니다. 그 중 '사장님'이라는 단계는 배 위에 돌을 얹고 가서 떨어뜨려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불과 20년 전만 해도 배나온 사람은 '사장님'이라는 명칭을 붙이고 '풍채가 좋다'고 표현했습니다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 원활할수록 자신에게 투자할 자금과 시간이 많아서 좋은 체형을 가지고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울수록 '정크푸드'등으로 인해 비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86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비만은 소득 및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높다고 합니다.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을 과체중 및 비만의 기준으로 볼 때, 소득 수준이 '하'인 집단에서 32.8%로 가장 높았으며, 교육수준이 초등학교 졸업 이하인 집단 중 38.4%가 비만으로 고학력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원인이야 단순합니다. 저소득층인 경우, 아무래도 맞벌이가 많아서 균형 잡힌 식사를 아이들이 하기 어려워 소아 비만이 많아지고 또 햄버거, 라면 등 값싼 정크 푸드에 노출이 쉽게 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단순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고도 비만'은 일반적인 식사조절이나 운동으로는 개선이 되지 않아 의학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비용 등의 문제 때문에 적극적 치료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비만을 '질병'이냐 아니냐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습니다만, 전체 국민의 건강을 놓고 본다면 그 어떤 것보다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에 관심을 가져야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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