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금리 내리라는데 미소짓는 이유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10.04.1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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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대부업체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격상, CB설립·저축銀 인수 탄력

대부업계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금융위원회에서 지난주 발표한 대부업 최고이자율 인하방안 때문이다. 발표 직후 대부업계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이번 금융위 대책을 반기고 있다. 이번 대책이 대부업체의 위상을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한 단계 격상시켰다는 판단에서다.

◇제도권 기관으로 격상?=금융위는 지난주 현행 연 49%인 대부업체 최고 이자율을 연 39%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현행 49%인 최고 이자율을 5% 포인트 내린 뒤 1년 내 5% 포인트를 추가 인하키로 했다.



이에 대부업협회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반발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같은 금리로는 대출원가 조차 보장할 수 없어, 결국 대부업체들의 음성화만 부추기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들 대부업체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대부업체의 위상이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격상된 만큼, 사업 다각화를 꾀하기 한층 쉬워졌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이번 대책발표로 그간 행정안전부에 있던 대부업체에 대한 감독권의 상당부분이 금융위로 이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위는 특히 자산 100억원 이상 대부업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어서, 일본계 업체가 대부분인 대형 대부업체의 위상도 제도권 금융기관 수준으로 한층 격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대부업체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직접 감독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대부업체를 제도권 금융기관의 하나로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며 "특히 당국에서 대부업체의 연체정보를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조회하도록 요구할 경우, 대형대부업체들은 그 대가로 숙원사업이던 개인신용평가회사(CB) 설립 허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저축銀 인수에도 탄력=이번 금융위 대책으로 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에 대한 대형 대부업체들의 인수작업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에선 그간 대형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추진에 대해 "제도권 금융기관이 아니라 허가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해왔다. 그러나 이번 대책발표로 더 이상 이 같은 논리를 유지하기 힘들게 됐다.


게다가 금융위에서 금리 인하라는 채찍을 들이댄 만큼, 제도권 금융기관 인수라는 '당근'을 요구하기도 쉬워졌다. 일본계 업체가 대부분인 이들 대형 대부업체에선 이미 연 39%대 대출상품을 출시할 정도로 원가절감에 성공해온 만큼 금리 인하로 인한 타격은 크지 않아 보인다. 금리인하로 인한 '실'보단 '득'이 많다는 얘기다.

국내 대부업체 관계자는 "일본계 대부업체들의 경우 자산의 80% 가량이 자기자본이라 조달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다"면서 "10%포인트 가량의 추가금리 인하로 받을 타격보다, 제도권 금융기관 인수나 CB 설립으로 얻을 당근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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