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닷새째를 맞은 30일 오후 백령도 서남쪽 해역. 백령도 해상은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크고 물살이 매우 빠르다는 '사리'여서 그런지 전날보다 거센 파도가 일었고 바람도 강했다. 매서운 칼바람에 잔잔하기만 했던 바다는 요동쳤고 취재진들을 태운 해군 YF수송정도 파도에 따라 마치 요람(搖籃)처럼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성난 바다는 연신 높은 파도를 뿜어내며 수색현장으로 가는 길을 더디게 만들었다. 30분쯤 물살을 갈랐을까, 뿌연 해무(海霧) 속으로 '아시아 최대 수송함'인 독도함이 위용을 드러냈다.
함미 발견 해역에서는 40여명의 해난구조대 요원들이 10여대의 고무보트에 대여섯명씩 나눠 타고 냉혹한 바다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잠수요원들은 이날 조류나 유속에 관계없이 수색작업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광양함의 로프를 함수와 함미 선체에 연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함미 발견지점에서 4마일가량 떨어진 함수 발견 해역에서는 '지상전의 왕자' 육군 특전사 대원 30명과 수중폭파전문가들인 해군특수전(UDT) 요원 40명이 팀을 이뤄 사고해역을 수색하고 있었다. 분주히 함정들을 오가며 수색작업을 벌이는 수색요원들의 모습은 멀리서 바라보니 마치 집을 짓는 '개미부대'를 연상시켰다.
해군본부 조용신 대위는 "실종자들의 생존가능시간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 하에 목숨을 걸고 실종자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장병들이 연일 계속되는 고된 작업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불평불만 하나 없이 잘 따라줘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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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애로 무장한 채 극한의 환경 속에서 자연과 맞서 싸우는 장병들의 모습은 순식간에 1200t급 '천안함'을 집어삼킨 바다의 기세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해 보였고 추가 생존자 구조소식에 목말라 원망으로 가득했던 가슴을 달랬다.
그렇게 마음을 달래며 가슴 속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을 때였다. 휴대전화 벨이 울리고 후배의 다급한 음성이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심해를 수색하던 잠수요원 두 명이 의식을 잃고 긴급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수송정이 용기포구에 도착하자마자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군 관계자들을 찾아가니 이미 그들의 표정에는 어둠이 드리워 있었고 되묻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별다른 생각 없이 하루에도 서너 번씩 드나들었던 포구. 그곳을 빠져나오는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