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앱 개발자들 "막힌 길부터 뚫어야"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10.03.2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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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모바일앱 어워드]'3월의 으뜸앱' 개발자들이 털어놓는 개발현실

모바일앱 개발자들 "막힌 길부터 뚫어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도 홍보·마케팅채널이 없다. 해외진출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개발자가 디자인, 경영까지 하기는 어렵다. 실질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국내 통신사의 앱스토어에서는 앱이 판매된 후 4개월 이후 정산되는 경우가 80% 이상이다. 판매는 했는데 수익은 4개월 후에 들어오는 꼴이다."

25일 머니투데이가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마련한 '대한민국 모바일앱 어워드돥3월의 으뜸앱' 시상식에 이어 열린 개발자간담회에서 1명 또는 소규모 모바일앱기업을 운영하는 개발자들이 쏟아낸 말들이다.



모바일앱 개발자들과 관련전문가, 정책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모바일앱시장의 발전방향을 논의한 이날 간담회에서는 모바일게임 규제, 수익모델 구상, 홍보·마케팅의 어려움 등 현장의 목소리가 가감없이 흘러나왔다.

이날 간담회에는 홍선근 머니투데이 대표, 형태근 방통위 상임위원, 황철중 방통위 네트워크정책국장,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 곽동수 한국사이버대 교수, 박성서 안드로이드펌 대표운영자와 '3월 으뜸앱'으로 선정된 앱을 개발한 신의현 키위플 대표, 김진중 블로그칵테일 부사장, 신광선 통합정보기술 대표, 이승이 그레이삭스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명근 기자 qwe123@ⓒ이명근 기자 qwe123@
◇ 10년 개발 드디어 모바일 시대...그러나 아직은

지난해말 국내 등장한 '아이폰'으로 스마트폰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모바일앱시장이 열렸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개인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편리하고 유용한 앱을 개발,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앱스토어시장이 열렸다는 것이다.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 10년째인 신광선 통합정보기술 대표는 "재고관리나 휴대정보단말기(PDA)용 등을 제외하고 판매할 곳이 거의 없었다"며 "어려워서 정리하고 햄버거가게를 하려고 했는데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다시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10년의 준비기간을 거친 덕분인지 개발한 앱을 앱스토어에 올리자마자 반응이 꽤 좋았다"며 "앱스토어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전했다.


'아이폰'용 한글트위터 '파랑새'를 개발, 인기를 끈 김진중 블로그칵테일 부사장은 "'파랑새'를 만드는 데 3주 걸렸는데 10만건이 넘게 다운로드됐다"며 "0.99달러만 받아도 1억원이고 한글 전용앱이 아니라 전세계시장을 보면 어마어마하다"고 모바일앱시장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명근 기자 qwe123@ⓒ이명근 기자 qwe123@
그러나 아직 국내 모바일앱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이다.



신 대표는 "국내 앱스토어에서는 한달 동안 판매된 앱 정산을 2개월 후에 하고 휴대폰 후불방식으로 결제한 경우 4개월 후에 정산된다"며 "매출의 80%가 휴대폰 후불결제로 판매된다"고 토로했다.

인력수급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말도 나왔다. 직원이 3명으로 소규모 기업인 통합정보기술을 운영하는 신 대표는 "개발자들은 대기업이나 포털회사가 아니면 지원 자체를 하지 않고 어렵게 구해도 2~3개월 만에 그만두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신의현 키위플 대표도 "실력있는 친구들을 꿈과 비전만 갖고 모시기는 어렵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진중 부사장은 "개발자들이 혼자 앱을 개발, 성공하면 1년 연봉 이상을 벌 수 있는 시장이 열려 굳이 회사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며 "현재 개발자 연봉이 너무 낮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규제에 막힌 모바일 앱



게임규제를 성토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김진중 부사장은 "해외에서는 모바일앱의 40% 이상이 게임인데 우리나라는 게임 판매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모바일게임을 판매하려면 사전심의를 거쳐 등급분류를 받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게임을 판매하기 어려운 구조다. 최재홍 교수는 "최근 애플 앱스토어에서 1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화제가 된 한국 개발자의 게임이 국내에서 나왔다면 실패했을 것"이라며 "심의에 수개월, 올리는데 수개월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모바일게임 사후규제가 가능하도록 근거가 마련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1년 넘게 계류중이다. 이에 형태근 상임위원은 "모바일산업의 물꼬가 트인 만큼 규제를 걷어내면서 시장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홍선근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가 뭉쳐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대표는 "국내시장이 묶이고 해외시장에만 풀리는 역규제가 있는 실정이지만 잘 고쳐지지 않고 있다"며 "현장에서 협의체를 만들어 기업들이 함께 절박한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내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모바일앱 유통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소규모기업이나 1인기업, 개인개발자가 많은 모바일앱시장의 경우 홍보나 마케팅, 경영지원이 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성서 대표운영자는 1인기업에 대한 지원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창업 초기 월 100만원을 지원받아 성장한 1인기업이 회사를 키우기 위해 신청해 지원받은 창업지원금 6000만원을 중복지원으로 되돌려줘야 한 사례를 들어 지원의 실효성을 강조했다.

ⓒ이명근 기자 qwe123@ⓒ이명근 기자 qwe123@
◇"멋진 앱을 만들어도 홍보·마케팅은 어떻게?"

자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 외에 해외홍보나 마케팅 같은 모바일앱시장을 키울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성서 운영자는 "모바일앱은 국내가 아닌 해외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며 "그런데 해외에서 모바일앱을 판매하려면 앱스토어에 올릴 뿐 별도 홍보채널이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외국의 경우 블로그 홍보채널 등을 통해서 잘 만든 앱 등을 올리고 공유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게 없다"며 "큰 회사들은 해외에 나갈 수 있지만 1인기업도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이 그레이삭스 대표는 "국내 스마트폰시장이 열리지 않았을때 일본 북미 유럽 등을 대상으로 앱을 만들어 판매했고 현재 매출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일어난다"며 해외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다만 모바일앱의 개수가 늘면서 홍보하기가 어려워진다"며 "덩치 큰 해외기업들이 화려한 게임을 싼값에 내놓고 있어 개인개발자들의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일부에서 시작한 '앱센터운동' 등을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진중 부사장은 "개발자들이 모바일앱을 통해 해외시장에 나가려면 언어, 마케팅, 경영, 디자인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모바일앱이 성공해 큰돈을 벌다가 미처 챙기지 못한 세금문제로 쓰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진중 부사장은 "모바일앱을 등록만 하면 창의성이나 유용성 등 품질을 평가, 지원해줄 수 있는 센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곽동수 교수는 이에 대해 "모바일앱을 홍보할 수 있는 페이지가 있다면 지속적으로 리뷰하고 믿을 수 있는 평가를 내놓을 경우 계속 발전할 것"이라며 "리뷰페이지를 통해 쓸 만하다는 평가가 계속 나오면 글로벌캠프를 통해 모바일앱을 번역하고 리뷰, 홍보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홍선근 대표는 "생활의 편의와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해 모바일앱 개발이 늘면서 너무 많은 앱이 나오다보면 어떤 것이 더 쓸 만한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모바일앱 어워드'는 인정된 앱을 널리 광고하고 사용자들이 더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로 마련된 만큼 앱시장 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명근 기자 qwe123@ⓒ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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