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전 받은 쌀, 물로 돌려줘요"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2010.03.2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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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세계 물의 날]<1>'물기근' 시달리는 캄보디아..인구 절반 물부족

↑캄보디아 프놈펜의 방과후 학교 해피홈스쿨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기아대책↑캄보디아 프놈펜의 방과후 학교 해피홈스쿨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기아대책


메콩강과 바싹강이 만나는 땅, 캄보디아 프놈펜에선 3월부터 찜통더위가 시작된다. 더위와 함께 방과후 학교 '해피홈스쿨'에선 '물 쟁탈전'이 시작된다.

오후 2시, 온도계가 36도로 치솟으면 120명이 넘는 아이들이 쉴새없이 물을 들이킨다. 아이들이 물을 마시는 동안, 주방에선 물이 끊긴다.



주방에서 일하는 소크 반니 씨는 "여기저기서 수도를 트는 바람에 설거지를 제대로 할수 없다"며 "식판 좀 여러 번 헹굴 수 있으면 속 시원하겠다"고 투덜거렸다. 6학년 대표 라타나 양은 말했다.

"물 펌프 하나만 있으면 좋겠어요! 하나만 있으면 더울 때 다들 편하게 물을 마시고 씻을 수 있을 거에요."



그나마 방과 후 학교 아이들은 깨끗한 물을 마신다. 어른이 일하러 간 동안 멀리 있는 샘터나 사원에서 물을 뜨러가야 하는 아이들은 방과 후 학교에도 나오지 못한다. 해피홈스쿨이 자리 잡은 프놈펜 덤록 마을의 어른 중 80%가 일용노동자다.

◇"캄보디아 영아 1000명 중 90명 사망"=50년 전 한국에 식량을 원조해줬던 나라, 캄보디아에선 지금 인구 절반에 가까운 47%의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다.

기아대책의 윤옥 기아봉사단원은 "건기에는 샘터이 잘 말라 하는 수 없이 더러운 물을 가라앉혀 마시는 사람이 많다"며 "덤록 마을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질 같은 수인성질병에 시달려 키가 작고 체격이 왜소하다"고 전했다.


유니세프(국제연합아동기금) 캄보디아 사무소의 힐다 위나르타 씨는 “5세 이하 캄보디아 어린이의 20%가 설사를 앓는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우기엔 항아리에 빗물을 받아 마신다(사진 위) 건기에 이 물엔 모기 등 각종 벌레가 들끓는다.(아래) ⓒ기아대책, 황국상 머니투데이 기자↑캄보디아 사람들은 우기엔 항아리에 빗물을 받아 마신다(사진 위) 건기에 이 물엔 모기 등 각종 벌레가 들끓는다.(아래) ⓒ기아대책, 황국상 머니투데이 기자
유엔인구기금에 따르면 2006년 캄보디아 어린이 1000명 가운데 90명이 태어난 지 1년 이내에 죽었다. 북한(43명)이나 내전상태인 이라크(83명)보다도 높다.



캄보디아에 깨끗한 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1,000달러를 들여 땅을 파면 주민들이 일년 내내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이 나온다.

문제는 돈과 정치다. 캄보디아는 유엔총회가 3년마다 한번 정하는 세계 최빈국 중 한 곳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700여달러다. 캄보디아 정부는 안전한 물을 보급하는데 필요한 재정의 80%를 해외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우리가 받는 쌀, 물로 돌려줍시다"= 1960년대 한국이 기아로 허덕였을 때, 쌀을 지원해준 나라 중 하나가 캄보디아다. ‘킬링필드’ 등 내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캄보디아는 한국보다 잘 살았다.



윤옥 단원은 "전쟁으로 어려웠던 우리나라에 식량을 원조해줬던 캄보디아는 2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킬링필드' 사태와 오랜 정치 내분을 겪은 후 경제가 50년 전으로 후퇴했다"며 "은혜를 빚진 우리가 이젠 도울 차례"라고 말했다.

이미 한국인의 보은은 시작됐다. 기아대책 등 규모 있는 비영리단체부터 아산 온양6동 새마을회 같은 작은 동네단체까지, 수자원공사 같이 큰 기업부터 셈크래프트 같이 작은 장애인사업장까지 지원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머니투데이와 기아대책, 이로운몰은 이러한 사회공헌에 더 많은 이가 참여할 수 있도록 3월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해 '물 퍼주는 사랑' 캠페인을 펼친다. 이 캠페인에 장애인사업장 '셈크래프트'는 기아대책에 자사의 '버터샤워바' 100개를 기증했다. (관련 기사 보기)

4월 20일까지 이로운몰(www.erounmall.com)에서 ‘버터샤워바’ 를 구매하면, 판매량 100개까지 매출수익 전액이 캄보디아 물펌프 설치 사업에 기부된다. 블로그 배너 부착, 트위터 리본 부착을 통해서도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셈크래프트처럼 물품을 기증할 수도 있다. 기부 및 기증 문의는 기아대책(02-544-9544).
<세계 물의 날 캠페인 '물 퍼주는 사랑' 보러가기>

"50년전 받은 쌀, 물로 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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