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설립 변경, '백지동의서' 하자치유 될까?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0.03.1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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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비대위 소송 취하 등 하자치유 영향력은 의문

이른바 '백지동의서'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더라도 앞으로 요건을 갖추면 인가 변경이 가능해진다. 국토해양부가 총공사비와 비용분담 내용을 기재하지 않거나 미흡한 이른바 백지동의서로 인해 조합설립 취소 소송이 급증함에 따라 내놓은 하자치유 방안이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이 비상대책위원회의 소송 취하를 이끌어낼 정도로 강력한 대안이 아니라는 지적이어서 관련소송이 줄어들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다.



◇조합설립 변경으로 하자치유 가능=국토부는 개략적인 총공사비와 비용분담 내용을 기재하지 않거나 미흡한 백지동의서로 재개발·건축 조합설립인가를 받더라도 인가를 새로 받을 경우 변경인가를 해주기로 했다.

지난 2008년 12월17일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조합설립인가 동의서에는 신축 건축물의 설계개요와 건축물 철거 및 신축에 필요한 개략적인 산출 비용, 분양 대상자별 분담금 산출기준을 명시토록 돼있다.



하지만 이전에는 총공사비나 비용분담을 기재하지 않은 채 동의서를 받거나 동의서를 받은 뒤 추가해놓은 곳이 많아 소송의 빌미가 돼왔다. 앞서 지난 1월 말에는 부산 우동6구역 재개발사업에 대해 대법원이 조합설립 무효판결을 내렸다.

국토부는 지난달 말까지 전국 재개발·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현재 행정법원에 계류된 조합설립 무효관련 소송은 102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국토부는 이같은 소송을 줄이기 위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재개발·재건축 단지 중 조합원 동의서에 건축 규모, 건축물의 설계개요와 비용부담에 관한 사항을 기재해 설립인가 변경신청을 하는 경우 변경승인을 해주기로 했다.


다만 조합설립인가 요건과 똑같이 토지 등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조합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문제될 수 있는 절차상의 하자를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소송 등의 문제로 사업이 중단되는 일도 줄어들 것이란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하자치유 방안으론 다소 미흡=이전까지도 조합설립 변경을 통해 백지동의서로 인한 하자치유가 가능했다. 문제는 인허가관청인 지자체가 조합설립 변경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실제 조합설립 변경을 성사시킨 사업장이 없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조합설립 변경을 통한 하자치유가 가능하다고 밝힘에 따라 지자체의 인식을 바꿔놓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일선 지자체가 조합설립 변경 승인을 해주지 않는 경향이 있었지만 국토부가 하자치유가 가능하다고 입장을 정리해 줌에 따라 앞으로 조합설립 변경을 통한 하자치유 시도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방안도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이번 하자치유 방안이 조합설립 동의서 양식을 새롭게 규정한 2008년 12월 도정법 시행규칙 개정 이전 조합설립 동의서 양식에나 해당된다는 지적이다.

즉 현재 벌어지고 있는 소송이 대부분 비용분담이 불명확한 조합설립 동의서가 적용된 사업장에서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2008년 12월 이후 새로운 양식으로 설립인가를 받은 조합도 비용분담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유사소송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번 하자치유가 비대위 소송 취하로 이어질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조합 비대위 관계자는 "이번 하자치유 방안을 통해 조합과 비대위가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며 "조합설립 무효 소송에도 불구하고 관리처분까지 온 사업장은 이해관계가 첨예해 더더욱 하자치유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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