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상가 분쟁' 은마 재건축 '산넘어 산'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전예진 기자, 송충현 기자 2010.03.0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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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소유권 갈등 최대논란, 재건축 반대 의견도 걸림돌

'2000억 상가 분쟁' 은마 재건축 '산넘어 산'


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통과 축하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하지만 주변 부동산 시장은 잠잠했다. 은마아파트 안전진단 통과가 수개월전부터 예견된 소식이라해도 강남을 대표하는 매머드급 단지의 재건축 신호탄치곤 너무 시시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아파트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관리처분 받은 단지도 재건축 무효가 되는 마당에 안전진단이 대수냐"며 "시장 투자자들도 사공(조합원)이 많은 은마아파트의 재건축이 쉽지 않다는 걸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우리 아파트는 영영 재건축 못하나 싶었는데 안전진단을 통과해 기쁘다"면서도 "재건축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이 워낙 달라 추진위원장 공언대로 정비구역 지정, 조합설립 등이 차질없이 진행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분쟁의 불씨, 은마상가=실제로 정밀안전진단이라는 산을 힘겹게 넘은 은마아파트 앞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더 많다. 최근 가장 큰 논란은 단지내 상가인 은마상가다.



지난 2006년 경매로 처분된 은마상가내 새마을회관, 대피소 등이 주민 공동지분인 만큼 소유권을 되찾자는 주민과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은마상가는 부지 6600㎡, 지하 1층~지상 3층(연면적 3만3000㎡) 규모다. 일부 주민들이 주장하는 아파트 공동재산(새마을회관 등 면적 4326㎡)은 은마아파트 건설분양자인 전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이 등기이전을 해주지 않아 지난 2006년 개인채무 문제로 경매에 넘어갔다.

이 물건은 부동산투자회사인 월드와이드컨설팅에 372억원에 낙찰됐다. 당시 감정가는 456억여원으로 낙찰가율은 81.5%다.


은마재산찾기위원회 관계자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주민들의 재산이 헐값에 넘어간 만큼 소송을 통해 재산을 되찾을 것"이라며 "이 재산을 찾기 전에는 재건축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가 세입자 처분을 놓고도 이견이 많다. 현재 은마상가에는 480여개 점포가 영업중인데 이 중 80%는 세입자다. 대단지내 상가여서 권리금이 비싼데다 임대료도 점포마다 차이가 커 이주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은마상가의 한 세입자는 "상가에 들어온지 얼마 안됐는데 재건축이 진행되면 내 권리금은 어떻게 되는 거냐"며 "합리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절대로 합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합원 의견 제각각…추진위.시공사 불신도 문제=은마아파트는 4424가구의 대단지로 재건축 추진 성패는 조합원간 의견 조율 여부에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건축 추진위 설립 이후 지난 7년여간 리모델링 추진, 상업용지 전환 등 일반 재건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 추진하기도 했다. 현재 은마아파트 조합원들은 일반 재건축과 역세권 개발, 재건축 반대 등 크게 3가지 의견으로 나뉜다.

최근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그동안 재건축에 회의적이었던 주민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반 재건축 추진 역시 소형평형의무비율 적용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조합원은 "재건축만 바라보고 10년 넘게 녹물도 참고 살았는데 20평형대 아파트로는 절대로 갈 수 없다"며 "일부 조합원들이 소형을 배정받아야 한다면 수년간 참아왔던 갈등이 폭발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역세권 개발은 대치역, 학여울역 등과 가까운 단지 입지를 활용해 부지 일부를 기부체납하고 종을 상향하자는 것이다. 또 60∼70대 노년층 조합원 대다수는 재건축을 반대하고 있다.

첨예한 의견 대립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등 주민간 소송, 고발 사건도 난무하고 있다. 또 현 추진위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구역지정 전 추진위원회 구성 무효, 주민공동지분 상가 소유권 관련 소송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위와 시공사(삼성물산.GS건설 컨소시엄) 신임 문제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한 조합원 관계자는 "주민들은 가급적 적은 비용을 들여 주거환경을 개선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추진위와 시공사는 몇년째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재건축 추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시공사를 믿고 계속 사업을 맡겨야 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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