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머니투데이 김영권 머니위크 편집국장 2010.02.2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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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세이] 인생드라마 안내문 - 5

영원한 파트너 남과 여. 둘의 시소게임은 끝이 없다. 틈만 나면 알콩달콩, 티격태격, 일희일비한다.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다. 육탄전을 치른다. 가끔 몸과 마음이 하나가 돼 행복의 오르가슴을 만끽한다. 그러나 하나 된 순간은 스치듯 지나간다. 둘은 스르륵 다시 거리를 벌린다. 숙명의 시소를 탄다.

남과 여의 사랑만 그럴까. 삶 자체가 시소게임이다. 나는 오늘도 빛과 어둠 사이를 오르내린다. 즐거운 일과 슬픈 일, 행복과 불행, 사랑과 미움, 희망과 절망, 선택과 포기, 만남과 이별,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돈벌이와 씀씀이 사이를 오르내린다.



내 삶은 시소 위에 있다. 무슨 일을 하든 그 일과 내 마음은 시소게임을 한다. 로버트 존슨이라는 저명한 심리학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내가 하는 일은 시소의 오른편에, 내 마음은 시소의 왼편에 있다. 오른편의 삶은 사회적으로 드러난 외면의 삶이다. 왼편의 삶은 내 마음 속에서 진행되는 이면의 삶이다.'



남들이 보는 나의 인생드라마는 오른편의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또 한편의 드라마가 상영 중이다. 이 2개 드라마가 매일 시소게임을 한다. 오른쪽과 왼쪽을 왔다갔다 한다. 우왕좌왕, 좌충우돌한다.

일이 즐거우면 시소는 경쾌하게 움직인다. 게임은 흥미진진하다. 나의 감각은 예민하게 살아있다. 일이 즐겁지 않으면 시소는 무겁게 움직인다. 게임은 고단하다. 나는 왼편에 스트레스를 올려놓고 가까스로 시소의 균형을 맞춘다.

일이 버거우면 시소는 오른편으로 심하게 기울고 왼편에는 그림자가 진다. 어두운 삶의 그늘이다. 로버트 존슨은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림자를 울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일이 더 무거워지면 시소는 뒤집힐 것이다. 오른편의 삶은 엉망이 되고, 왼편의 삶도 망가질 것이다.


나는 시소가 뒤집히지 않게 왼편에 마음의 짐을 더 많이 올려놓는다. 욕심을 더하고, 욕망을 불태운다. 의지를 븍돋우고, 비장하게 각오한다. 미래를 달콤하게 포장한다. 돈과 성공이 가져다줄 만족감을 부풀린다. 곧 죽어도 자존심을 내세운다. 그것도 안되면 인생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합리화한다. 시소는 힘겹게 움직인다. 깃털 하나면 더 올려도 부러질 것같다. 삶이 결딴날 것같다. 아 고단한 삶의 전투여!

어떻게 하면 이 시소게임을 잘할 수 있을까.



첫째, 오른편 삶의 무게를 줄인다. 꽉 채운 일상을 솎아낸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일은 하지 않는다. 꼭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만 한다. 그것만으로도 차고 넘친다면 모든 일을 원점에서 재점검한다.

둘째, 왼편의 욕심을 조금 내려놓는다. 욕심을 줄이면 꼭 해야 할 일도, 꼭 하고 싶은 일도 줄어들 것이다. 지나간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 다가올 일을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

이 2가지만 해도 내 삶은 많이 가벼워질 것이다. 인생의 시소게임이 상당히 널널해질 것이다. 오른쪽과 왼쪽이 균형의 리듬을 탈 것이다. 하지만 아직 3번째 단계가 남았다. 시소의 중앙으로 가는 것이다.



시소의 정중앙은 일과 마음이 일치하는 곳이다. 남녀가 하나 되는 오르가슴의 상태다. 태풍의 눈과 같은 동적인 무풍지대다. 마음의 분별을 넘어선 해방구다. 그곳에 서면 삶의 무게를 모른다. 그곳엔 그림자가 없다.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삶의 한가운데이기 때문이다. 그곳이 바로 내 안의 중심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곳으로 가보자. 모든 걸 멈추고 내 안의 고요한 정중앙을 찾아보자. 내가 멈춰야 시소도 멈춘다. 시소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는 그 순간, 그 지점을 놓치지 말자. 그곳에서 평화를 즐기자.

  ☞웰빙노트



나마스테

나는 당신 내면의 그곳
우주 전체가 자리한 그곳에 경배합니다.
나는 당신 내면의 그곳
사랑과 빛, 진실과 평화가 깃든 그곳을 경배합니다.
나는 당신 내면의 그곳을 경배합니다.
당신이 당신 내면의 그곳에 있고
내가 나의 내면의 그곳에 있으면
우리는 하나가 됩니다.
나마스테.
<네팔 기도문>

중년이 되면 본의 아니게 시소의 양 끝을 오가는 삶에 지치게 된다. 그러나 우리에게 경각심만 있다면 중간지점이 최선이라는 깨달음도 얻게 된다. 중간지점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잿빛 타협의 장소가 아닌 황홀경과 기쁨의 장이다. 중간지점은 타협이 아닌 창조적 화합을 의미한다. <로버트 존슨,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그대들은 기쁨과 슬픔 사이에 저울처럼 매달려 있다.
텅 비어 있을 때만 정지 상태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보물을 가진 이가 금과 은의 무게를 재기 위해 그대들을 들어올릴 때, 저울을 기울게 하는 것은 기쁨과 슬픔이다. <칼리 지브란, 예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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