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픽스 대출 첫날, 창구 한산 전화문의도 '0'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김익태 기자 2010.02.1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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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지나친 눈치보기와 낮은 금리인하 효과… 도입부터 표류?

"이럴 거면 뭐 하러 도입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인 코픽스가 적용된 상품이 판매되기 시작했지만 대출은 한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출 창구도 한산했고, 심지어 전화문의도 거의 없었다. 은행의 지나친 눈치 보기에 따른 낮은 금리인하효과로 코픽스가 도입초기부터 표류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 17일 서울 종로에 있는 SC제일은행 본점 영업부. 예금 가입 고객과 입·출납 고객, 펀드 관련 고객들로 붐빈 일반창구와 달리 개인대출 창구는 한산했다. 예금을 찾으려면 번호표를 뽑고 한참을 기다려야 했지만, 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선 단 1초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이날은 SC제일은행이 은행권 처음으로 새로운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코픽스·COFIX) 연동 대출 상품을 출시한 날.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관련해 문의를 하는 고객을 찾기 쉽지 않았다.

한 창구 직원은 "아직 고객들이 코픽스 연동 대출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평소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까지 본점 영업부를 방문해 코픽스 연동 대출을 문의한 고객은 단 1명에 그쳤다.



창구 직원들의 반응도 무덤덤했다. 코픽스 연동 대출의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였다. 직접 대출 창구로 가 대출 상담을 받았지만, "코픽스 연동 대출이 무작정 싸다고 할 수 없다" "금리 움직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선뜻 코픽스 연동 상품을 추천하기는 애매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18일부터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은행 창구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직 본격적으로 상품을 판매하지 않은 탓에 고객 상담은 거의 없었다. 창구 직원들도 코픽스 연동 대출 상품에 대해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본점 영업부 창구의 한 직원은 "아직 코픽스 연동 대출과 관련해서 어떤 방침이 내려오지 않아 금리 수준이 어떻게 될 지 잘 모른다"며 "언제 출시될 지에 대해서도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코픽스 연동 상품 금리가 당장은 낮을지 몰라도 결국은 기존 상품 금리와 비슷하게 갈 것 같다"며 "차라리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을 통해 대출받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추천했다.

주택금융공사는 1년간 변동금리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금리설계보금자리론'의 기준금리를 고객이 양도성예금증서(CD)와 코픽스 중 선택할 수 있게 다음 달 중 변경하기로 했다.

다음 주에 새 상품을 출시하겠다는 다른 은행들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한 은행의 명동지점 관계자는 "지난달에는 그나마 상담 전화가 하루에 몇 건 있었는데, 정작 오늘은 문의가 아예 없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객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회사원 정모씨(33)는 "코픽스 대출 출시를 기다렸는데 하락폭이 예상만큼 크지 않아 실망스럽다"며 "조금 더 지켜보고 어떤 식으로 대출을 받을 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 김모씨(39)는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에 문의했더니 코픽스 관련 이야기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며 "은행들부터가 코픽스 대출에 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자체가 주춤해 대출 문의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규모가 큰 은행들이 코픽스 연동 대출 상품을 본격적으로 내놓지 않은 상태라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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