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제 눈 들보 못보고 남의 눈 티끌만?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2.0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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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민주당이 소속 의원인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징계한 얘기를 꺼냈다.

민주당은 전날 추 위원장에게 당원 자격 정지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지난해 연말 환노위에서 노동관계법을 표결처리해 당론을 어겼다는 이유였다.



안 원내대표는 "당론이라는 쇠사슬로 국회의원을 묶어놓고 좌지우지 한다는 것은 리모컨 상임위, 리모컨 국회를 만들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꼭 필요하면 당론을 정할 수 있지만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며 "걸핏하면 상임위 운영을 파행시키면서 국회 대립구도를 격화시키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따져보면 노동관계법 처리에서 추 위원장 덕을 본 입장에서 추 위원장을 '편들면서' 민주당을 깎아내린 셈이었다.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정작 징계해야 할 것은 상습적인 국회 폭력과 점거 농성으로 상임위를 무력화하는 민주당 자신"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발끈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집권당의 원내대표가 남의 당 내부 사정을 자꾸 언급하는 것은 민망한 일"이라며 "한나라당 지도부가 세종시 당론 수정으로 박근혜 전 대표를 옭아매려고 하는 입장에서 봐도 모순적인 얘기가 아니냐"고 말했다.


#. 1주일 전인 지난달 28일에는 정반대 경우가 있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세종시 문제로 분열 양상을 보이는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에 '조언' 한마디를 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분당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싸움이 격화되고 있는데 이럴 바엔 차라리 깨끗이 갈라서 다른 당으로 마주 보는 게 국가 발전을 위해 옳은 것 같다"는 얘기였다. 이 원내대표는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면) 소모적인 싸움을 그만두라"고도 했다.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장광근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유명 대사를 인용해 "너나 잘하세요"라고 맞받았다. 민주당도 무소속 정동영 의원의 복당을 두고 주류와 비주류가 대결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말이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를 두고 "제 눈의 들보는 모르고 남의 눈의 티끌만 탓하는 경우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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