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시장]담배에 관한 소고(小考)

김진한 변호사 2010.01.25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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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시장]담배에 관한 소고(小考)


9년째 꾸준히 줄던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율이 지난해 하반기 2% 포인트나 뛰었다고 한다. 특히 20대 흡연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고 하니 경제 불황 여파에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시름을 달래려 한 것이 아닐까 싶어 마음이 무겁다. 2007년 통계에 따르면 남성 흡연 인구 비율은 46.6%로 OECD 국가 중 터키(51.1%)에 이어 세계 2위라고 한다. 1997년에는 한국 남성의 흡연 비율이 68%로 보고된 적이 있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미국의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2020년까지 전 세계 흡연자의 수를 5%만 줄여도 1억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고, 21세기 안에 담배로 사망하는 인구가 10억 명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이쯤 되면 담배는 기호식품이 아니라 독약이라 할 수 있다.



약 10년 전 폐암 환자와 가족 30여 명이 흡연으로 인해 폐암을 얻었다며 국가와 KT&G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소송은 무려 7년이 넘게 걸려 재판부가 네 번이나 바뀌고 암환자 7명 중 4명은 판결을 보지 못하고 사망했다. 이후 2007년 1월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됐으며 원고들이 항소해 현재 3년째 재판 중이다.

담배소송은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에서서는 이미 오래 전에 있었고 판례도 상당수 있지만 결과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미국에서 1954년 '흡연과 건강(smoking and heaith)' 소송이 처음 제기된 이래 담배 제조업자에 대해 약 7500건의 소송이 발생했다. 일부 사건에서는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기도 했다. 독일에서도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됐으나 독일 법원은 흡연자 스스로의 책임이므로 결과에 대한 책임도 흡연자에게 있다며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에도 일부 거액의 책임이 인정됐다고 해서 모든 소송에서 책임이 인정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7500건의 소송 중 대부분은 중간에 취하되거나 기각되고 약 24건만 원고에게 유리한 판결이 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1심 법원이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 청구를 기각한 것으로 봐서 항소심에서도 쉽지 않은 소송이 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담배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담배를 통한 세금 수입과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1995년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담배로 인한 추가 의료비가 연간 2조2600억 원, 직·간접 경제적 손실은 3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담배는 세금이 거의 가격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담배에 붙는 세금은 소비세 외에도 교육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연초경작농민안정기금, 폐기물부담금, 부가가치세가 함께 부과된다. 이 중 국민건강증진부담금만 중앙정부에서 징수한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가 거둬들인 담배소비세를 주민의 건강과 보건을 위해 사용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담배를 전매제로 해서 국가가 독점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과거 전매청을 공사화 했지만 정부 기업이나 마찬가지이다. 적어도 우리 정부는 흡연 피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가 담배 값 인상을 논의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인상하면 당장은 흡연 인구가 줄어들겠지만 근본적으로 흡연 인구를 줄일 수 없다. 담배 값을 대폭 인상해 충격을 주면 상당한 효과가 있겠지만 이는 흡연자에게 가혹하고 다른 사회 문제가 유발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흡연율은 세계에서 제일 높은 편이고 금연 정책 또한 선진국에 비해 소극적이고 부족하다. 이제 금연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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