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보다 독한 '기업 세종시 입주설'

오동희 기자, 최석환 기자, 김병근 기자 2010.01.0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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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계열사들 무더기 보도 "너무 앞서가"… SK·웅진도 소문만

"저도 사실을 모르는데 TV 뉴스를 보시던 아버지께서 세종시로 이전하느냐고 물으시더라구요."

삼성 계열사의 한 직원이 최근 세종시 유치 기업과 관련한 일련의 보도에 대해 밝힌 말이다.

정운찬 총리가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세종시 수정안을 보고한데 이어 오는 11일 정부의 최종안 발표를 앞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세종시로의 이전설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세종시에 공장 등을 건설할 것이라는 설이 도는 기업으로는 삼성을 비롯해, SK, 한화, 웅진 등으로 한화를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은 기업은 없는 상황이다.

이전설에 가장 골치를 앓고 있는 곳은 삼성이다. 국내 대표 기업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삼성의 전자 계열의 대부분 회사들이 이전설 위에 올라있다.



현재 언론에 거론되는 이전 예상 삼성 계열사나 사업 분야로는 삼성전자의 바이오시밀러와 LCD, 태양전지 사업, 삼성SDI의 2차전지, 삼성LED의 LED 등이다. 모두들 하나같이 확정적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삼성 측은 "언론이 너무 앞서간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지난 6일 수요 사장단협의회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 중 우리가 얘기한 것은 하나도 없다"며 "대부분이 정부 관계자로부터 나온 것으로 언론이 너무 앞서 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사업분야 중 바이오시밀러를 제외한 LCD(천안, 탕정), 태양전지(기흥), 2차전지(천안, 울산), LED(기흥) 등은 이미 타 지자체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 분야다. 이명박 대통령도 타 지자체에 있는 공장의 이전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어 신규사업으로 추진하는 바이오시밀러 공장 신설이 유력할 뿐이다.


이윤우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도 지난 6일 대한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에서 기자와 만나 세종시 이전과 관련 "정부에서 하는 일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디가 갈 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SK그룹도 신규사업에 대해 세종시 입주를 검토할 수 있지만, 아직 관련 내용을 정부에 제안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SK 관계자는 7일 "최근 정부가 제시한 조건이라면 신규사업에 대해 세종시 입주를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특정 프로젝트를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에 구체적인 내용을 제안하진 않았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업계 안팎에선 SK가 세종시에 입주한다면 SK에너지가 양산을 추진 중인 전기차용 배터리(2차전지 분야) 생산라인이 들어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 연고를 둔 웅진그룹도 "오는 11일 정부의 구체안이 나와 봐야 뭐라고 코멘트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공장을 이전하는 식이 아닌 신규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이날 방위산업기술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연구개발(R&D) 센터의 세종시 입주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는 R&D 센터와 함께 관련 생산공장 건립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지 면적은 60만㎡(약 18만평) 규모이다.

한화 관계자는 "세종시 입주안을 정부에 제출했다"며 "현재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조율 중에 있으며 정부 쪽에서 오는 11일쯤 최종 입주 여부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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