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형 대출상품, 시장 선진화 주도"

대담=정희경 부국장대우 겸 금융부장, 정리=권화순 기자, 사진=유동일 기자 2009.12.2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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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임주재 주택금융공사 사장

"주택금융공사는 은행·보험·증권 3가지를 다 하는 국내 유일의 복합금융회사입니다. 보금자리론, 주택연금, 자산유동화증권(MBS) 발행으로 이 기능을 맡고 있죠. 앞으로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나면 급속도로 커질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임주재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대뜸 주금공의 총자산 얘기를 꺼냈다. 주금공은 설립된 지 5년 만에 총자산이 50조원으로 불어 웬만한 지방은행을 능가한다. 그는 향후 5년 안에 시중은행도 뛰어 넘을 걸로 자신했다.



이를 위해 임 사장은 내년에 장기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과 '역모기지' 주택연금 활성화에 힘을 쏟을 작정이다. 이 상품들이 결국 변동성이 큰 국내 주택금융시장을 선진화 시키는 기반이 될 것이란 신념에서다.

전열도 가다듬었다.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부서장 인사권을 상임이사에 위임해 손발이 맞는 인재를 골라 쓰도록 했다. 대신 상임이사를 1년 단위로 평가하는 등 성과주의 문화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임 사장을 집무실에서 만나 내년 경영 전략과 과제를 들었다.



-시중은행에서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쏠림 현상이 여전합니다.

ⓒ유동일 기자ⓒ유동일 기자


▶현재 고정금리형 대출은 8% 밖에 안 되는데 변동형은 92%나 됩니다. 미국의 경우 신규 취급 대출 중 98%가 고정형이고 일본도 이 비중이 25~30%인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특히 미국은 과거 변동형이 35%까지 치솟으면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진 것인데 우리는 이보다 훨씬 위험한 수위라고 할 수 있죠.

또 시중은행이 만기 일시상환 대출을 하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3년 동안 이자만 갚고 있다가 주택가격이 오르면 대출을 갚는 현상이 벌어지죠. 결국 자기돈 없이 앉아서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선진국의 부동산 파동이 10년 만에 한번 꼴로 오는데 국내는 2~3년마다 반복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당장은 변동형 대출 금리가 낮다보니 생각 따로, 행동 따로인 거죠.

▶일반인들은 눈앞에 금리가 조금이라도 싼 것을 찾게 됩니다. 변동형 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 되는데 CD금리가 한동안 2.79%를 유지해 비정상적으로 낮았습니다. 하지만 과거 3년간 CD금리 평균치는 5%입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대출금리가 2%포인트 이상 오를 걸로 예상됩니다.



이때 대출자의 부담은 은행 기준으로 연간 5조원 늘고, 저축은행과 보험사를 포함하면 7조원이 늘어나는 셈이니 그야말로 '이자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택대출 금리가 낮은 지금이야말로 고정형으로 갈아탈 적기라고 할 수 있죠.

-보금자리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겠죠.

▶그렇습니다. 요즘 장기 고정형 대출인 보금자리론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통상 고정형과 변동형 금리차가 1%포인트 이하면 고정형을 선호하는데 올 하반기 이 차이가 0.2~0.3%포인트에 불과했기 때문이죠.



물론 고민은 있습니다. 주금공 입장에선 역마진에 가까운 금리 수준이죠. 대출 재원을 MBS 발행으로 조달하고 있는데 발행 비용을 줄이는 게 관건입니다. 해외 MBS발행을 시도한 것도 이 일환인데요, 앞으로 대출자들이 피부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금리를 낮추는 게 목표입니다.

또 고객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예컨대 '3세대 공사 상품'을 구상중입니다. 할아버지 세대는 주택연금을 들고, 아들 세대는 보금자리론으로 주택대출을 받고, 손자세대는 임차자금 보증을 이용하면 금리를 할인해 주는 방식이죠. 그야말로 평생금융 파트너가 되겠다는 각오입니다.

-주택연금은 2007년에 도입됐는데 가입자 수가 많지 않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주택연금을 도입한 미국과 비교하면 그나마 성공적인 진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회보장 제도 가운데 노령연금의 경우는 교통비 수준밖에 안되고, 국민연금도 현재 수령액은 충분치 않습니다. 이 때문에 주택연금이 조만간 크게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동일 기자ⓒ유동일 기자
-무엇보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가장 큰 걸림돌이죠. 50대 후반이나 60대 초반의 경우 주택을 상속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지만 70~80대는 어렵게 살더라도 집을 자녀에서 물려주려는 생각이 강합니다. 주택대출 대상자 대부분이 현직에서 은퇴한 지 얼마 안되고 금융자산이 있다 보니 집을 담보로 잡을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주택연금이 경계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성인 79%가 주택연금에 대해 잘 알고 있더군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 조만간 눈덩이 굴러가듯 급속도로 늘 겁니다. 내년 목표도 올해의 2배 이상으로 잡았습니다.

-내년 주택시장을 전망한다면.

▶내년엔 안정적인 플러스 성장이 기대됩니다. 주택가격도 내릴 요인은 많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수급이 우선인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택공급이 적습니다. 지방에 다니면서 중소 건설업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2년만 넘기면 걱정이 없을 거란 얘기를 합니다.



부동산 시장 폭락을 예견하는 비관론자들은 우리나라 인구구조를 꺼냅니다. 2018년을 정점으로 인구가 줄기 때문에 주택수요도 감소할 것이란 논리인데요. 하지만 단독세대가 늘고 있어 20~30년 동안은 수요가 계속 늘 것으로 봅니다.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진 않겠지만 완만하게 오를 소지는 많은 것 같습니다.

-부서장의 인사권을 상임이사에 위임한 '인사실험'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내년 주택연금이나 보금자리론 목표를 2배 이상으로 잡았습니다. 성과를 내기 위해선 사업본부장이 손발이 맞는 부서장 인사를 직접 하고, 또 부서장은 팀장을 뽑는 식으로 '공동운명체'를 만들 계획입니다.



그래서 부장급과 팀장급은 공모 형식으로 희망 부서에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경쟁률이 3대 1로 치열합니다. 임원들에게 인사권을 넘겨주는 대신 1년 단위로 업무 목표와 계획에 대해 계약을 맺었습니다. 철저한 실적 평가를 통해 성과주의 문화가 조직에 확산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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