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남아공, 코펜하겐 협정 비난… 동맹 붕괴?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09.12.2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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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폐막한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의에서 '코펜하겐 협정'을 이끌어 낸 이른바 '기후변화 동맹'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 보도했다.

코펜하겐에서 따로 모여 밤샘 협상까지 벌였던 미국과 'BASIC'(브라질·남아공·인도·중국) 국가들은 코펜하겐 협정을 도출해 이번 회의의 최종 성과물로 내놨다. 그러나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서 협정을 만든 일부 국가들이 오히려 협정을 비난하고 나선 것.



우선 브라질 정부는 협정에 '실망'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특히 선진국의 후진국 재정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아프리카 대표 격으로 협상에 참여한 남아공도 협정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부옐와 손지카 환경장관은 협상 당시 회의장을 떠나려 했었다며 남아공 입장에서 협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두 나라의 이같은 반발은 협정의 실질적인 내용들이 자국과 개도국들에 '득'보다 '실'이 큰 것으로 여겨지는데다, 협정이 미국과 중국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불만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코펜하겐 회의가 실패했다는 국제사회 여론에 힙 입은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정작 협정을 만든 일부 국가들조차 불만을 보이자 협정이 '반쪽 성공'에 불과하다고 지적해 온 이들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유럽연합(EU) 의장국인 스웨덴의 안드레스 카르겐 환경장관은 더욱 혹독하게 협정을 비판했다. 그는 이번 협정이 '거대한 실패'이자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반응은 협정에 대해 강력한 지지 입장을 보인 중국, 인도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중국은 협정에 불만을 갖고 중국을 비난하는 영국 등 유럽 선진국들에 반박하고 나섰다. 장유 외교부 대변인은 에드 밀리밴드 영국 기후변화 담당장관의 중국 비판을 개도국 사이의 불협화음을 선동하기 위한 계획된 정치적 음모라고 반박했다.

인도 역시 여전히 협정에 지지를 보이고 있다. 자이람 라메시 인도 환경장관은 인도 의회에서 'BAISC' 그룹이 기후변화 협상에서 강력한 힘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라메시 장관은 다만 협정을 환영하지만 매우 작은 진전일 뿐이라는 점을 인정키도 했다.



한편 협정을 주도한 미국은 동맹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가고 싶은 입장이다. 토드 스턴 미국 기후변화 특사는 EU와 호주, 일본과 아프리카 연합(AU),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 등 100개국 이상이 협정을 지지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부 국가들의 이탈 조짐을 경계했다.

FT는 이런 상황 때문에 유엔이 코펜하겐에서 만들어진 유약한 기후변화 동맹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0년 말까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을 도출하기 원하는 유엔으로서는 이번 협정을 토대로 논의를 이끌어 가야 하는 상황. 그러나 이처럼 핵심 국가들 사이에 불협화음이 불거지면 난관에 봉착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주말 발표된 코펜하겐 협정은 △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로 제한 △ 선진국은 내년부터 3년간 300억 달러를 개도국에 긴급지원 △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씩 지원 △ 선진국은 내년 1월 말까지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제시 △ 개도국은 내년 1월 말까지 감축 계획 제출 △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 합의안은 내년 말까지 마련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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