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이건희 전 회장 복귀론

머니투데이 박종면 편집인겸 더벨 대표이사 부사장 2009.11.23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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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년 전인 2007년 말 풍경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통해 얻은 기업의 내부정보와 자료를 들고 나와서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까지 합쳐 무한폭로를 해대고 성직자와 언론, 정치인과 검찰이 모두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고, 받아 적었던 게 말이다.
 
그의 말 한 마디에 국회는 특검을 결의하고, 검찰은 무차별 출국금지와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그로 인해 삼성그룹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일부에서는 감격에 겨워 '행복한 눈물'까지 흘렸다.
 
2008년 4월 삼성 이건희 회장은 본인의 퇴진과 함께 전략기획실 해체를 단행하고 활동을 일절 중단했다. 우리는 이때부터 그를 '전(前) 회장'으로 불렀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조세포탈혐의로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뒤에는 IOC 위원으로서 직무도 포기했다.
 
이건희 전 회장이 대내외 활동을 중단한 지 1년6개월여 흐르면서 다급해진 곳이 있다. 바로 체육계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과제 때문이다. 강원지사가 이 전 회장에 대한 사면복권을 주장한 데 이어 조양호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사면과 복권을 국익 차원에서 건의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이건희 전 회장의 복귀에 대해선 이에 앞서 지난 9월 최지성 권오현 사장 등 삼성그룹 내 일부 CEO를 중심으로 회사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도 오너경영체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수조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투자나 계열사간 중복사업 조정, 신성장동력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미뤄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좋은 실적을 올리는 지금이 심각한 위기의 시작이며, 따라서 오너체제 복원으로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건희 전 회장의 복귀는 국내 체육계나 삼성그룹 임직원에게만 긴요한 것일까. 한국경제는 그의 거취에 무관심해도 될까.
 
기업인에 대한 평가는 경영성과가 처음이자 끝이다. 다른 어떤 것도 더 우위에 설 수 없다. 한국경제가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가장 먼저 탈출한 데는 삼성 현대차 LG SK 포스코 등 국가대표급 기업들의 공이 결정적이며, 특히 삼성의 기여를 빼놓을 수 없다. 일본 언론들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소니 파나소닉 히타치 등 일본 대형 9개사의 영업이익을 합친 것보다 2배 이상 많다고 개탄했음을 잘 알 것이다.

좁게 보면 이건희 전 회장, 넓게 보면 오너경영체제에 대한 합당한 평가와 사회적 예우가 뒤따라야 한다. 그게 사회정의다. 오너경영을 비판하고, 있지도 않은 비자금 조성을 폭로하는 게 사회정의는 아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뭔가 크게 잘못하고 있다.
 
또 한 가지. 혹시라도 정부가 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있는 데 대해 정책을 잘 해서라고 착각하지 말기를. 삼성 CEO들처럼 위기에서 벗어나는 지금이 새로운 위기의 시작일 수도 있다고 보고 기업들에 더욱 힘을 실어주길 바랄 뿐이다.
 
한국 최대기업의 오너가 냉장고 폭발사고를 언론보도를 통해 알고, 품질경영을 지시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삼성의 경영은 오너체제로 복귀를 통해 하루빨리 정상화돼야 한다.
 
동계올림픽 유치전을 앞둔 체육계를 위해서도 아니고, 삼성그룹을 위해서도 아니다. 한국경제 전체를 위해서다.
 
그런데 걱정이 있다. 정부가 이 전 회장에 대해 사면복권을 단행한다 해도 그가 선뜻 동계올림픽 유치전이든, 경영일선이든 전면에 나설지 모르겠다. 우리는 지난 2년간 이 전 회장에게 너무 모질고 잔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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