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 '달러 캐리트레이드'와 환율

이진수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09.11.23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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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2.0] '달러 캐리트레이드'와 환율


캐리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수익을 얻고자 하는 투자방법이다. 예컨대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각각 2%와 0.25%인 경우 두 나라의 금리차인 1.75%포인트의 수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미 달러화로 자금을 조달해 원화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러나 캐리트레이드의 수익률은 국가간 금리차이뿐만 아니라 환율 변화에 의해서도 달라진다. 위의 예에서 투자를 시작할 때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이었으나 투자 회수시에는 1100원으로 상승했다면 금리 수익은 1.75%포인트를 얻었으나 원화가치가 10% 하락해 미 달러화를 기준으로 볼 때 투자자는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그렇다면 실제 캐리트레이드의 수익률은 어떠할까. 최근 연구(Jorda and Taylor, 2009, 'The Carry Trade and Fundamentals: Nothing to Fear but FEER Itself', NBER)에 의하면 각 나라의 금리차 만을 고려,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트레이드는 성공적인 투자전략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미국과 10개 주요 선진국의 금리차에 따라 캐리트레이드를 하는 펀드의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2003년에서 2007년 중반까지는 누적 수익률이 40%에 달했으나 금융위기 과정에서 그 가치가 하락해 2008년 10월에는 2003년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환율이 안정적인 기간에는 국가간 금리차에 따른 수익을 얻을 수 있으나 최근 금융위기와 같이 경제상황이 불안정한 경우에는 통상 금리가 높은 국가의 통화가치가 크게 하락해 캐리트레이드의 수익률을 매우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면 환율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캐리트레이드의 수익률을 유지하거나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위의 연구에 따르면 금리차와 환율변화에 따른 수익을 모두 포함하는 캐리트레이드들의 총수익률이 미래에 상승 혹은 하락할 것인가를 적절한 방법으로 추정하고 그에 따라 캐리트레이드를 할 경우 가능하다.

이 연구에서는 적절한 추정방법으로 국가간 금리차, 현재까지 캐리트레이드 수익률 추이와 실질환율 수준을 이용한 방법을 제안한다. 이러한 추정방법을 이용해 미래 수익률 상승 혹은 하락을 예측하고 그에 따라 캐리트레이드를 하는 펀드의 수익률을 살펴본 결과 금융위기 과정에서도 그 가치가 하락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재의 실질환율 수준으로 미래 환율수준의 변동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장기적으로 환율은 기초경제여건에 적합한 수준으로 조정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실질환율 수준이 기초경제여건에 적합한 실질환율 수준과 크게 괴리되어 있다면 미래 환율 또한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록 현재 금리가 높은 국가라도 실질환율 수준이 과도하게 높은 경우에는 장래 통화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를 감안해 오히려 금리가 높은 국가에서 자금을 조달해 현재 금리는 낮지만 장래 통화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캐리트레이드의 요인을 분석할 때 금리요인뿐만 아니라 환율요인을 감안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경제상황이 불안정할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최근 미국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미달러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국가들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트레이드가 크게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국가간 금리차가 매우 크지는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리요인보다는 오히려 환율요인이 캐리트레이드의 결정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초경제여건에 비해 과도하게 높거나 낮은 환율수준에 따라 캐리트레이드 거래량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금융 및 외환시장이 불안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 환율정책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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