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앙은행, 통화긴축 나섰다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9.11.2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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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중 처음… ECB, ABS 담보기준 강화

유럽 중앙은행(ECB)이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통화긴축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2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ECB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은행들에 대한 자금 대출시 담보로 잡는 자산담보부증권(ABS)의 적격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유동성 축소 첫단계



성명에 따르면 내년 3월1일 이후 대출차환 담보를 위해 신규 발행되는 ABS는 최소 2개 이상의 신용평가사로부터 자산 평가를 받도록 했다. 2개의 등급 가운데 낮은 등급을 기준으로 담보 적격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1곳으로부터만 평가를 받으면 됐다.
ECB는 리먼브러더스 붕괴 이후 금융권 신용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대출 담보 조건을 완화한바 있다.



담보 기준이 다시 강화되면 기존 대출의 차환 규모가 줄어들어 통화 환수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이같은 조치는 상대적으로 강도가 낮긴 하지만 금융위기 대처 과정에서 풀려나간 유동성을 축소하기 위한 첫 단계로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했다.

◇ 트리셰 긴축 선회 공언...내달 2일 추가 조치 주목


다음달 2일 열리는 ECB통화 운영위원회에서는 보다 영향이 큰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전망했다.

씨티그룹의 유럽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위르겐 미헬스는 "작지만 옳은 방향의 정책"이라며 "ECB는 이제부터는 더 이상 (통화정책에 있어) 너그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장 클로드 트리셰 ECB총재는 이날 오전 프랑크 푸르트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수준의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통화 긴축 선회를 시사한 바 있다.
트리셰는 "은행들이 ECB가 공급하는 저금리 자금에 중독되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은행들이 스스로 두 발로 설 수있는 자구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 중앙은행 중 처음...금리 인상은 시간 걸릴듯

ECB가 1%까지 내려온 기준금리를 당장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 제니퍼 맥코언은 "향후 더 많은 조치들이 시행되겠지만 기준금리를 올리기까지는 앞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16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3분기 0.4% 성장, 플러스 성장세를 회복하며 사실상 경기침체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통화긴축 정책을 시행하기는 ECB가 처음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이달 들어 채권매입규모를 기존보다 250억파운드 많은 2000억파운드로 증액하기로 한 바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고는 있지만 지난달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례적으로 낮은 금리를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며 통화 완화 정책 유지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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